'100년 오염(중금속·기름)' 서울 용산 개발부지(국제업무단지).. 2900억 들여 '땅 세탁'

이석우 기자 입력 2012. 4. 3. 03:18 수정 2012. 4. 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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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물과 자석으로" , 2단계 "염산으로"

사업비 28조원 규모의 초대형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공사 현장. 1일 오전 2~3m 높이의 공사 현장 가림막을 지나 공사 현장으로 들어가자 검은 띠를 두른 흙 바닥이 드러났다. 흙에서 스며 나온 역한 기름 냄새가 확 다가왔다.

"100년 넘게 기름과 중금속으로 오염된 땅을 씻어 내는 공사여서 쉽지 않아요.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기름, 폐기물을 별 생각 없이 그냥 땅속에 파묻었던 겁니다." 손우화 코레일 개발사업추진단장은 "오염 정도가 심하긴 해도 기술력이 좋아 1년 정도면 흙을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덤프트럭으로 8만3000번 들어내야

용산국제업무지구에는 111층(620m)짜리 초고층빌딩을 비롯, 67개의 초대형 빌딩·아파트·호텔 등을 짓는 대형공사가 진행 중이다. 부지는 1905년부터 코레일(옛 철도청)의 철도 차량사업소와 기름·물류 창고가 있던 자리. 100년이 넘는 동안 기차를 정비하고 주유하면서 발생한 온갖 폐기물과 기름이 그대로 묻혀 있다. 땅 세탁 기본공사는 지난 1월부터 시작됐지만 4월부터가 본격적인 세탁작업이다.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이 한국농어촌공사 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기지창 부지(36만㎡·약 11만평)의 절반 이상의 토지가 기름은 물론 납·니켈 등 맹독성 중금속으로 오염돼 있다는 사실이 2009년 드러났다.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이 35만㎥, 기름에 오염된 땅이 17만㎥, 폐기물이 43만㎥에 달했다. 땅을 정화하기 위해 최고 10m 깊이로 파내야 하는 토양과 폐기물 부피가 무려 83만㎥다. 공사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15t 덤프트럭이 8만3000번 퍼내야 하는 양이다.

◇오염된 땅, 세탁비만 2900억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공사비만 2905억원. 30~40층짜리 빌딩을 짓고도 남을 만한 돈이 오염된 '땅 세탁비'로 들어가는 것이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땅 세탁' 공사다.

현재 용산지구에선 기존의 161개 건물 중 95개를 철거한 뒤 땅의 오염도를 측정 중이다. 기름에 오염된 흙은 파낸 뒤 외부로 반출해 토양정화 전문기업에서 처리한다. 기름에 오염된 흙은 파낸 뒤 열을 가해 유증기(油蒸氣·기름이 증발하면서 생기는 증기)를 뽑아내는 방법으로 비교적 쉽게 정화할 수 있다. 문제는 중금속 오염토(土)다. 신현진 현장소장은 "국내 어디에도 용산 현장의 흙을 세탁할 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시행사 측은 400억원을 들여 부지 내에 넓이 2만㎡, 5개 동 규모의 중금속 오염 토지 세탁공장을 짓고 있다.

◇자석·염산 이용해 세척

중금속 오염토를 세척하는 원리는 일반적인 세탁과 비슷하다. 그러나 세부 공정이 20여 단계에 이를 정도로 복잡하고, 정밀기술도 요구된다. 중금속에 오염된 흙을 선별해 옮겨 오면 흙 '물세탁'이 시작된다. 오염된 흙에 수압이 강력한 물을 쏘아 채에 걸러내는 '습식스크린' 과정을 2번 반복한다. 동시에 자석(磁石)을 이용한 선별작업도 진행된다. 흙에 섞여 있는 미세한 철판, 철근 덩어리가 중금속에 오염된 경우가 많아 자석을 이용해 이런 물질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후 원심분리기(하이드로사이클론)를 이용해 가벼운 흙과 무거운 중금속 물질을 분리한다.

2차 세척 과정에선 물과 염산 원액을 10대 2로 혼합한 용액을 '세제'로 흙에 섞어 넣으면 중금속이 염산액과 만나 녹아내린다. 이후 흙을 탈수기에 넣어 염산액을 걸러내고, 소석회를 흙에 첨가해 중성화시키면 정화한 흙이 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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