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없이 때렸는데.. 정신 차려보니 내 아이더라"

유마디 기자 2012. 4. 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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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23%가 산후우울증.. 영아 학대에 심지어 살인도

지난 28일 오전 6시 40분 서울 마포구의 한 여관. 갓난아기를 등에 업은 안모(38)씨가 들어섰다. 여관 주인은 '아침부터 웬 애 엄마일까?' 생각하며 303호 열쇠를 건넸다. 안씨는 방에 들어간 지 5분 만에 여관을 빠져나갔다. 여관을 나가는 모습이 찍힌 CCTV(폐쇄회로TV) 속 안씨의 팔과 등에는 아기가 없었다. 방에 혼자 남아 울고 있던 아기는 3시간 뒤 여관 주인에게 발견됐다.

버려진 건 갓난아기만이 아니었다. 안씨는 지난 27일 오후 7시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지하철역 출구 근처에 큰아들(8)과 둘째 아들(6)을 버렸다. 두 아들에게 "이곳에 잠깐 있어라"고 한 뒤 생후 5개월 된 막내를 데리고 사라졌다. 며칠 전 세 아들을 데리고 친정에 간다고 한 뒤 행방이 묘연해진 아내를 애타게 기다리던 남편 박모씨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대구에서 상경했다. 박씨는 "아내는 막내가 태어나면서 부쩍 짜증이 늘고 예민해져 몇 달 전부터 약을 먹을 정도로 심하게 산후 우울증을 앓았다"고 말했다.

산후 우울증을 겪는 산모들이 늘면서 이로 인해 아이를 때리거나 심지어 버리고 숨지게 하는 등 각종 사회문제까지 일어나고 있다.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호르몬 변화와 양육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감이 생기는 증세다.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이 2010년 발표한 '산후 우울증 위험인자의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을 위해 이 병원을 찾은 산모 93명 중 22명(23%)이 산후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재원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임신했을 때 나오던 여성호르몬이 출산 후 급격히 떨어지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등 감정 변화를 겪는 것이 1차적 원인"이라며 "최근 병원을 찾은 산모 중 10~20%는 산후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고 말했다.

산후 우울증이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6일 강남구에 사는 주부 김모(29)씨가 산후 우울증 약을 복용하던 중 8개월 된 딸을 38시간 굶기고 때려 죽게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지난 2월엔 경기도 안성에서는 산후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가 태어난 지 9개월 된 자식을 목 졸라 죽이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정모(여·35)씨는 지난해 세 살짜리 첫째 아들을 이불을 씌워 놓고 발로 밟는 등 심하게 폭행했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지금은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그는 앞서 6개월여 전에 둘째 아들을 낳은 후 심한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정씨는 상담해주고 있는 사회복지사에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화풀이하고 싶은 충동이 큰아들에게 쏠렸다"면서 "한참을 때리고 나서야 '내가 (아이를) 때렸구나'하고 느꼈다"고 했다.

신체적 변화 외에 사회·환경적 원인도 있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 교수는 "핵가족화로 부모의 역할이나 육아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자녀가 부모 세대가 되면서 양육의 부담 등을 이기지 못한 채 산후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대 이영환 아동학과 교수는 "산후 우울증으로 인한 아동 학대가 발생하면 즉시 경찰 및 아동보호전문기관(1577-1391)에 알려야 살인 등의 심각한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면서 "일본·미국·스웨덴처럼 우리도 산후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상담센터를 운영, 사전 교육 및 자활치료를 돕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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