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문건과 MB정권 문건 무엇이 다른가?

2012. 4. 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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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청와대·박근혜 "문건 80%가 전 정부 사찰" 주장 뜯어보니

참여정부 경찰의 통상적 감찰·정보수집

MB정부 총리실의 정치목적 불법 사찰

청와대에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1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관련해 "공개된 (사찰) 문건의 80%는 지난 정권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한겨레>가 이번에 공개된 문건 2859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실제로 2416건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2007년에 작성된 문건이었다. 하지만 이 문건의 대부분은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등에서 통상적으로 작성된 '경찰 내부문건'으로, 민간인 불법사찰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원관실이 나서 공직자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사찰한 자료인 나머지 443건의 문건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또 지원관실이 업무 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공직자 대상 사찰 문건 역시 동향파악이나 비리감찰 수준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들을 솎아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상당수 발견됐다.

■ 참여정부 문건 대부분 경찰 내부 감찰문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부산 유세에서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80%가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불법사찰을 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라고 말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도 사찰 문건이 공개된 다음날인 3월31일에 이어 이날도 기자 브리핑을 열어 "문건들 가운데 80%가 넘는 2200여건이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출신으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됐던 김기현 경정의 외장메모리장치(USB)에 저장됐던 사찰보고서 2859건 가운데 참여정부 시절인 2006~2007년 작성된 2416건의 대부분은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등에서 작성한 문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경정의 유에스비에 담겨 있는 참여정부 시절 문건은 대부분 △경찰간부 동향 △제이유그룹 검찰수사 현황 △무궁화클럽 결성·대응방안 △지휘부 퇴진 등 청장 비난글 게재 현황 △비리 감찰 활동 등에 관한 내용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 문건에는 제목 옆에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이라는 출처가 분명히 명시돼 있다. 이들 문건이 외부인에 대한 '사찰'이 아니라 내부인에 대한 '감찰'로, 경찰의 감찰부서나 정보부서에서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 범위에서 작성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김 경정의 유에스비에서 참여정부 시절 경찰 내부 문건이 다수 발견된 이유는 그가 2005~2007년 사이에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조사계에 근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김 경정과 함께 감찰담당관실에서 근무했던 한 경찰관은 "문건의 형식과 내용을 두루 살펴본 결과, 당시 감찰담당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이 확실하다"며 "아마도 김 경정이 경찰청에서 작성했던 감찰파일을 (이명박 정부 들어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 갈 때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문제는 지원관실의 불법적인 사찰

청와대와 총리실은 이번 문건으로 참여정부 시절에도 민간인을 포함한 무차별적 사찰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난 것처럼 주장하고 나섰지만, 참여정부 시절(2006~2007)의 '경찰 내부 감찰 문건'과 이명박 정부 시절(2008~2010)의 '사찰 문건'은 엄연히 다르다. 참여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에는 공직자 외에 민간인에 대한 사찰이 없었던 데 견줘, 이명박 정부 시절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문건엔 'BH(청와대) 하명'을 받아 정치인은 물론 민간인에 대해서까지 사찰을 벌인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자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사찰을 벌인 사실 외에도, 사찰을 위해 녹취나 미행 등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경정의 유에스비에서는 수십건의 녹취와 함께 감사원 고위공직자의 불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미행을 한 내용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세히 기록된 문건도 발견된 바 있다.

민주통합당 '엠비(MB)새누리 국민심판위원회'의 박영선 위원장은 "청와대는 진상 고백과 사죄를 해도 모자란데 마치 노무현 정부 때도 (불법사찰을) 했다며 물타기 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 행위"라며 "어느 정권 없이 불법사찰했다는 박근혜 위원장의 발언도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감찰과 정권에 대한 정적이나 민간인을 사찰한 것을 구별하지 못한 어리석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 공직자 사찰도 정권 입맛에 따라

지원관실이 업무 범위에 속한다고 강변하고 있는 공직자 대상 사찰 문건 역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경찰 고위직, 식품의약품안전청 간부, 각 부처 장차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평가에는 '국정철학 구현'이라는 항목이 있으며, 참여정부 때 요직을 차지했던 인사나 호남 출신 공직자들은 갖가지 사유로 이 항목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솎아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이아무개 경비부장의 경우 "촛불집회관리에 소극·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등 소신 없이 윗사람의 눈치를 많이 본다"며 "서울청장이 수차례 물대포 사용을 지시하였으나 따르지 않아 현장의 지휘관들이 소극적·미온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경찰청 조아무개 수사부장에 대해서도 "처가 권양숙 전 영부인과 인척 간으로 처를 통하여 권양숙 여사에게 청탁하여 승진하였다는 후문"이라며 "요즘도 전 정권 인사 및 외부인들의 청탁을 받아 일선 경찰서 서장·수사과장·형사과장들에게 압력을 행사한다는 소문"이라고 풍문에 불과한 음해성 정보를 빼곡히 적었다. 또 김아무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에 대해서는 "전 정부에서 부적절하게 임명된 공기업 인사 가려내기에 대해 겉으론 따르는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의도적인 지연책을 구사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며 "부내에 특정 파벌(호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의 중심인물로 정보를 독점하고 인사를 농단한다"고 평가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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