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기업 빵집 철수 뻥? 딸들 시늉만 했다(종합)

이재설 기자 2012. 3. 1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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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 매장 한곳에 자리 잡은 베이커리 전문점 포숑(Fauchon)에는 매장을 찾은 고객들로 북적였다. 블루베리 크림치즈, 케이크, 마카롱 등 인기 품목을 중심으로 고객의 구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포숑에서 아주 유명한 차 종류인 애플티는 4만원대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문의와 구매가 계속 이어졌다.

포숑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 장선윤 씨가 대표로 있는 블리스가 운영하고 있다. 재벌 2·3세들의 빵집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여론에 밀려 사업 철수를 결정한 상황이다. 하지만 포숑의 인기는 여전했다. '재벌빵집'에 대한 반감보다는 프랑스의 고급 베이커리를 맛볼 수 있다는 고객들의 기대감이 여전히 컸다.

직장인 윤석환씨(33)는 "프랑스 유학시절 맛봤던 포숑의 제품을 먹을 수 있어 아주 좋다"며 "동네 빵집보다 맛있는데 왜 철수하나. 오히려 우리 먹을거리를 뺏어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있는 포숑의 매장은 빵을 진열해 판매하는 베이커리 공간과 차, 잼 등을 파는 공간, 10여개의 의자가 배치된 카페 공간 등으로 나뉘어 있다. 지하 1층 식품 매장에서 가장 넓은 330㎡(100평) 규모를 자랑한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지하 식품 매장에 누구나 한 번씩 포숑 매장을 거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매장 직원들은 철수 소식에 아쉽지만 좋은 사업자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매장의 한 관계자는 "포숑의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안다"며 "빵집은 계속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다만 운영 주체가 바뀔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아티제 센터점. 주말을 맞아 30여석 이상의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꽉 차 있었다. 자리가 없다 보니 발길을 돌리는 일부 손님들도 있었다. 아티제는 호텔신라(008770)의 자회사인 보나비가 운영한다. 이 사업 역시 삼성이 철수하기로 결정한 상황.

고객들은 아포가토, 수플레 치즈 케이크, 쿠키 등 아티제에서 유명한 제품들을 많이 찾았고, 커피 및 에이드 종류의 음료 역시 인기가 높았다. 대학생 박정민씨(23)는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좋다"며 "회사 주인이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맛을 유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재벌 빵집' 철수 지지부진…대부분 공수표될 듯

1월말 삼성과 롯데 등 재벌 2·3세들이 운영하는 빵집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힌지 50일이 다 되간다. 그러나 실제 철수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삼성은 호텔신라의 자회사인 보나비를 통해 운영한 아티제를 철수키로 했고, 롯데 역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 장선윤 씨가 대표로 있는 블리스가 운영하는 '포숑'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이들 두 회사는 상생 방안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사업 정리를 추진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사업 철수를 결정한 뒤 매장을 축소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지분매각을 통해 회사를 팔거나 사업권을 그룹 계열사 등에 이양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고객들 입장에서도 포숑이나 아티제를 계속 접할 수 있고, 주인만 바뀌는 것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상장회사인만큼 쉽게 결정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내부에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는 만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블리스는 사업권 이양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블리스가 포숑을 통한 매출이 큰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도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를 통해 운영하는 델리 카페 '빈즈앤베리즈'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프랑스 베이커리 전문점 '에릭케제르'를 운영하고 있다. 한화 내부적으로는 점진적으로 사업 철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그룹과 달리 사업을 강화하거나 철수를 고려하지 않는 곳도 많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40% 지분을 가진 조선호텔베이커리는 데이앤데이·달로와요·원컵케익·베키아에누보·페이야드 브랜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 측은 "골목 상권 침해 문제가 아닌데 굳이 철수할 이유가 없다"며 당초 입장과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도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005440)를 통해 베이커리 전문점 '베즐리'를 운영하고 있다. 베즐리는 현대백화점 내 입점해 영업을 해왔지만 서울아산병원에 입점한 것으로 드러나 사업 확장의 수순이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계열사 스위트밀을 통해 베이커리 전문점 '비어드파파'를 운영하고 있다. 코오롱 측은 "과거 사내 벤처 기업으로 출발했고, 대형마트 등에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실제로 '빵집' 철수에 나선 곳도 있다. 편의시설 사업부문인 '오젠' 사업을 중단키로 한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모두 사업을 철수한 상황이다. 현재 앙재동 현대차 사옥의 '오젠' 매장은 용역업체가 들어와 매장 사업을 하고 있고, 제주해비치호텔에 있던 오젠 역시 델리 매장이 들어섰다. 호텔 관계자는 "그룹에서 발표한 시점에 맞춰 간판을 내렸다"며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델리 매장을 새로 들여와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 계열사인 SRS코리아도 커피전문점인 '페스티나 렌떼'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뒤 두산 계열사 사옥 등 일부 영업장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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