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는 누구의 영토인가

곽래건 기자 2012. 2. 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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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체인 민들레영토, 분식점과 '상표 침해' 법정 공방

"영업을 먼저 시작한 건 우리입니다. '민들레'라고 이름이 붙은 수많은 가게 중 우리만 노리는 건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에요."(민들레영토)

"'민들레'라는 상표는 법적으로 분명 저희 겁니다. 불법적인 사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습니다."(분식점 '민들레')

'민토'라는 약칭으로 불리며 한때 젊은이들의 문화 공간으로 떠올랐던 카페 체인 '민들레영토'가 '민들레'라는 이름을 놓고 분식점과 수년째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들레영토는 차와 라면뿐만 아니라 독서·세미나 공간 등을 제공하는 토종 카페 브랜드다. 1994년 서울 신촌에 처음 문을 연 이래 입소문을 타며 국내 20여곳은 물론 중국·미국에도 체인점을 둘 정도로 급속 성장했다. 하루 이용객은 1만5000여명, 홈페이지 누적 접속자만 1700만명에 달한다. 민들레영토의 성공으로 대표 지승룡씨는 '민들레영토 희망스토리' '민들레영토에 핀 사랑' 등의 책을 냈고 1000회가 넘는 강연을 다녔다.

발단은 1997년 서울 도봉구에 '민들레 김밥과 분식'이라는 분식집을 낸 장모(여·57)씨가 같은 해 특허청에 '민들레'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을 신청하면서부터다. 민들레영토보다 7개월가량 빨랐다. 민들레영토는 '민들레영토'로 상표 등록을 신청했지만 먼저 신청한 '민들레'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특허청으로부터 이를 거절당했다. 특허법은 상표 모양과 업종이 유사하면 상표 침해로 본다. '민들레'와 '민들레영토'가 상표 모양이 비슷하고 두 곳 모두 요식업이라 동종 서비스업이라고 본 것이다.

문제는 2007년 장씨가 분식점 체인 사업을 추진하면서 본격화됐다. 장씨는 "체인점 사업을 추진하던 중 민들레영토가 '민들레'라는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2008년 8월 '민들레영토는 민들레라는 상표를 무단 사용한 것'이라며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민들레영토는 이에 질세라 같은 해 12월 분식점 민들레의 상표 등록 무효 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했다. '민들레영토가 영업을 먼저 시작했었고, 분식점 민들레보다 자신들이 더 유명했기 때문에 상표 등록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상표 등록 당시 민들레영토가 특정 브랜드라고 인식될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싸움은 민사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장씨는 지난해 9월 서울서부지법에 민들레영토를 상대로 '상표 무단 사용을 중지하고 지금까지의 손해액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민들레영토도 지난달 장씨를 상대로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해 영업을 방해하고 상표 권리를 남용했으니 1억원을 물어내라'고 반소(反訴)하면서 민들레 싸움은 양측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민들레영토 측은 "주택가 골목에서 작은 분식점을 운영하는 장씨가 가만히 있다가 최근에 와서야 문제를 제기한 건 분명 불순한 의도 때문"이라며 "장씨가 상표를 넘기는 대가로 10억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10억원은 민들레영토가 상표를 넘기라며 처음에 500만원을 이야기해 하도 어이가 없어 말한 액수"라며 "상표 등록이 된 1998년 이후 우리 상표를 불법 사용한 민들레영토 측에 수차례 사용 중지를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민들레영토의 지 대표는 "특허심판원이 장씨의 손을 들어줬을 때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했어야 했지만 실무진 착오로 그러지 못했다"며 "'민들레영토'라는 상표를 특허청에 다시 출원해 심사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이 분식점 '민들레'의 손을 들어줄 경우 '민들레영토'는 더 이상 민들레라는 단어를 상호에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돈까지 물어줄 수도 있다. 지난달 10일 시작된 양측의 재판은 21일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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