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기름사고 기부금' 3년째 이상한 표류(종합)
2008년 회계처리했음에도 아직 미집행
(서울=연합뉴스) 송혜진 한지훈 기자 = 삼성중공업이 3년 전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 피해 주민들에게 출연하기로 약속한 지역발전기금 1천억원을 아직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이미 2008회계연도 손익계산서에 발전기금을 기부금으로 처리한 상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31일 "발전기금 1천억원을 마련했지만, 정부 조직개편과 주민 반발 등으로 아직 해당 지역에 보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주무부처였던 해양수산부가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해당 업무를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부로 넘겨 발전기금을 전달할 대상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충남 보령시 등 인근 주민들이 태안군에만 발전기금을 지원하는 데 반발한 탓에 정부도 아무런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측 설명은 달랐다. 주무부처 개편에 관계없이, 삼성중공업과 주민들의 견해 차이로 자금 집행이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피해 지역 주민들은 1천억원이 너무 적다고 하고, 삼성중공업은 금액을 더 올릴 수 없다고 해서 번번이 중재에 실패했다. 삼성 측과 중재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해안 유류피해 총연합회는 애당초 주민과 상의 없이 결정된 발전기금 규모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기준을 제시하면 발전기금 분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한국해양연구원은 사고로 인한 환경피해액만 1조2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1천억원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은 2008회계연도에 발전기금 1천억원을 영업외비용 항목의 기부금으로 처리했다. 당해 영업이익은 7천553억원, 순이익은 6천273억원이었다. 회계상 비용으로 기록했지만, 수탁주체가 결정되지 않아 세무상 비용으로는 처리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이 설명했다.
사고 발생 후 두 달 만에 40%가량 추락한 주가도 발전기금 출연 발표를 전후로 반등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당시 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는 기금 출연으로 기타 보상부담이 줄었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녹색연합 정인철 국장은 "사고 발생 4년이 다 돼 가는데, 아직 발전기금을 전달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고 당사자로서 어떻게든 전달 수단을 취해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는 사상 최악의 국내 해양사고로 기록됐다.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해 일어난 이 사고로 원유 1만2천547㎘가 유출됐고, 청정해역으로 꼽히던 태안 앞바다는 온통 검게 뒤덮였다.
삼성중공업은 2008년 1월21일 사고발생 47일 만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2월29일에 이사회를 열어 발전기금 1천억원 출연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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