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스마트폰과 트위터가 선거를 바꿨다고?

2010. 6. 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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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김헌식 문화평론가]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아진 현상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나 진보 성향의 지지자들의 투표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마트폰이나 트위터를 통한 투표독려 현상이 주효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패배에 이 스마트폰과 트위터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증샷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이것 때문에 선거 막판 참여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외수라든지 몇몇 연예인들의 독려를 예로 드는 매체의 기사를 접할 수도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이들의 선거행태와 닮았다는 내용도 보인다.

일견 맞는 면이 있지만, 이 같은 논의에는 한계가 있다.

2002년 대선에서 젊은층들이 선거에 참여한 것은 대선이라는 큰 구도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스펙트럼이 너무나 다양하다. 무엇보다 2002년 대선은 젊은이들의 막판 참여가 선거결과를 좌지우지 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이나 트위터의 가입자들이 반드시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을 지지하는 이들인지 의문이다.

또한 2002년에는 한 사람의 스타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집중도가 존재했다. 더구나 위기감에 따른 내재적 심리가 중요하다. 단지 정보통신기기 때문에 투표를 하는 것은 지나치게 외재적인 요인에 함몰되는 것이다. 실제로 2002년 대선이후 한나라당은 인터넷문화를 적극 포용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언론 매체는 새로운 현상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새로운 현상'이 일반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 일부 유권자가 그러할 뿐이다. 하지만 인증샷 놀이나 트위터를 통한 선거 행동의 공유는 다른 선거에서 보지 못한 풍경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원하는 언론매체에서 다룰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젊은 층들에게 일반화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더구나 비싼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는 층들은 아직도 제한적이며, 더구나 그것을 통해 정치적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이들은 아직 적다. IT매체에 젊은이들이 항상 선도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곡학아세다. 비정규직과 미취업의 가난한 젊은 세대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단문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투표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동인이었다. 그들을 폭발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이슈도 없었다. 앞으로 가능성으로 분석할 대상은 되지만 그것이 이번 선거에 주효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젊은층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더 낫겠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장터에 동원되는 것은 주로 젊은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단순히 인증샷 놀이 같은 단편적인 이벤트로 선거에 참여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에 지속성이라는 점에서 보았을때 의미와 가치가 적다. 소설가나 연예인의 말과 행동에 따라 움직였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측할 수 없었던 혹은 예측과 달랐던 선거 결과는 오히려 고전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론인 '침묵의 나선효과'로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이는 우선 전화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불이익을 낳지 않을까 하는 심리가 광범위했다. 엄혹한 행정과 법치를 보여 온 집권당의 태도 때문에 이러한 '침묵의 나선이론'은 강해졌다.

이 효과에서 말하는 대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다고 여겨지는 분위기에서는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 법이다. 이러한 층들은 적극적으로 투표하기 보다는 소극적인 투표 행태를 보인다. 즉 일찍 선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눈치를 보면서 느지막하게 하는 것이다. 더구나 주중에 모처럼 법정 휴일을 맞은 젊은 층들이라면 오전을 여유있게 보내고 오후에 느지막히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집권 정치 세력에 대한 대중적 심리일 것이다. 테크놀로지가 우선인가 대중의 내적 동인이 우선인가는 여전히 논란이다. 단순히 테크놀로지를 취한다고해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얻을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는 기존 집권 정치세력에 대한 일정한 심리가 IT문화와 맞물렸을 뿐이다.

주객이 전도되는 왝더독(wag the dog)의 오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꼬리는 몸통이 흔든다. 그리고 그 몸통은 머리가 흔든다. 그 머리에는 뇌가 있으며 그 뇌는 마음이다. 스마트폰과 트위터가 아니라 이 마음을 얻는데 치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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