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방선거와 트위터의 마법
트위터는 지방선거 기간 내내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출마를 앞둔 후보자들이 대거 트위터에 들어와 둥지를 틀고 팔로워들을 모아 자신을 알리기 위해 골몰했다. 선관위는 트위터가 불법선거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선거법 93조를 들어 단속 방침을 밝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선거 당일에는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문구와 투표소 인증샷이 트위터 공간에 흘러 넘쳤다. 선거가 끝나자 언론은 트위터가 투표율 상승과 야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분석기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이런 일련의 흐름들을 피상적으로만 본다면 트위터가 지방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읽히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트위터의 위력에 대한 과도한 찬사에 앞서 짚어볼 점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후보자들의 트위터 홍보가 당선에 기여했는가의 문제이다. 트위터에서 월등히 많은 팔로워 숫자를 확보하고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 출마자라면 노회찬, 심상정, 한명숙, 유시민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시거나 중도 사퇴를 하고 말았다. 그밖의 다른 후보들도 팔로워 숫자 등을 통해 유추해 볼 때, 트위터에서 의미있는 표를 모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결국 트위터 여론이 오프라인에서의 다른 정치적 요소들을 압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트위터 불법선거에 대한 우려도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선거기간 내내 트위터에서 불법·혼탁선거의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악의적으로 왜곡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어 혼탁선거가 나타날 것이라는 선관위의 예견과 정반대로 트위터는 그런 정보들이 빠르게 수정되는, 자정능력이 잘 작동하는 공간임이 입증되었을 뿐이다.
트위터가 투표율 상승과 야당 승리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다. 분명 트위터를 통한 투표 독려는 더 많은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냈을 것이다. 또한 평소 트위터에서 친야당적 성향이 우세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이 야당 표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는 해석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투표율 상승과 야당 승리의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이명박 정부를 표로 심판하겠다는 유권자들의 의지다. 트위터는 거기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이 다 트위터의 힘이라는 식의 과도한 결론은 자칫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 의지를 가릴 수 있다.
물론 트위터의 정치적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개개인의 140자 단문이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확장되면서 파괴력 있는 정치 참여의 공론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트위터 정치는 단지 그 가능성의 단초만을 보여줬을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우선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참여민주주의를 저해하는 낡은 선거법부터 차분히 긴 호흡으로 점검하고 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선거만을 위해 날아든 트위터 정치 철새들이 계속 트위터 텃새로 남아 국민들과 진솔한 소통을 이어갈지도 지켜볼 일이다. 당선자들은 지방 의정에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 소통을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낙선자들과 특히 선거에 패한 정부·여당은 보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트위터 안에서 모색해야 한다. 2년 후 총선과 대선에서 트위터의 마법은 한층 더 강해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 민경배 | 경희사이버대 교수 min@khcu.ac.kr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출시-ⓒ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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