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땐 '아방궁' 비난하더니.. 한나라당, 이대통령 사저 문제 '유구무언'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한 뒤 기거할 사저 부지 구입 방식을 놓고 의혹이 제기되지만 한나라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지은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맹비난했던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열었지만 이 대통령 사저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출처가 불분명한 돈으로 사저를 짓고 있는 것에 국민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앞으로 개발이익이 크게 기대되는 지역에 큰 땅을 사는 것은 차명 부동산 거래로 떳떳치 못한 행위"라며 "지금이라도 사저 계획을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 내외가 거주할 내곡동 사저용 부지는 463㎡, 경호관들이 활용할 경호시설용 부지는 2143㎡로 모두 9필지 2606㎡다. 지난 5월 이곳 땅주인인 한정식집 주인 유모씨(56·여)와 부지 매매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기거할 사저의 경호시설 부지 등이 과거 대통령 때에 비해 크고, 비싼데도 한나라당이 과거 비판 기준을 이번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퇴임후 경호시설(서울 동교동) 부지는 228㎡,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호시설(경남 봉하마을) 부지는 1157.54㎡다. 매입가격은 7억800만원과 2억5900만원이었다. 반면 이 대통령의 내곡동 경호시설 부지는 2142㎡에 42억8000만원 상당이다.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에서 "노 전 대통령 사저에 아방궁이라고 비판했던 한나라당이 그 15배인 이 대통령 사저에는 어떻에 생각하는 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9월 사저 건립을 추진할 때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던 나경원 의원은 "노 대통령은 퇴임 후 성주로 살겠다는 것이냐.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 치고는 규모가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노무현 마을 내지는 노무현 타운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면서 "우리 국민도 빈손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빈손으로 청와대를 나오는 그런 대통령이 보고 싶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2008년 1월 정부 예산을 들여 봉하마을 주변을 개보수하려 한 것에도 나 의원이 나섰다. 그는 "세금을 주머니돈처럼 쓰겠다고 하는 발상이 매우 경이롭다"고 비난했다. 나 의원은 논평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가 살 집 주변을 노 대통령처럼 세금을 들여 시끄럽고 떠들썩하게 꾸몄을까 싶다"면서 "당초 서민 대통령을 자임했던 노 대통령이 퇴임 후에 소박한 집 한 채로 돌아갔다면 존경받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 대통령께서 최소한의 도덕과 염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기거하게 될 서울 내곡동 사저의 건축비용과 주변 개발 비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조현철 기자 cho1972@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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