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하하하'로 칸영화제 진출 홍상수 감독

백승찬 기자 2010. 5. 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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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아침처럼 수없이 좋은 것이 공짜로 주어지는데..좋은 생각만 하세요"

영화 < 하하하 > 에서 가장 난데없으면서 의미심장한 한 장면. 어머니가 계신 통영에 놀러온 문경(김상경)은 낮잠을 자다가 꿈에서 이순신 장군(김영호)을 만난다. 장군은 말한다. "너 눈 있지? 그 눈으로 보아라. 그러면 힘이 저절로 날 것이다. 남의 생각으로 보지 말고 네 눈을 믿고 네 눈으로 보아라.… 난 좋은 것만 본다. 항상 좋은 것만 보고 아름다운 것만 보지.…어둡고 슬픈 것을 조심해라. 그 속에 제일 나쁜 것이 있단다."

지난주 개봉했으며 올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도 진출한 홍상수 감독(사진)의 10번째 장편 < 하하하 > 는 '좋은 것만 보며 살자'고 다짐하는 영화다. 청계산 자락에 모인 감독 지망생 문경과 영화평론가 중식(유준상)이 최근 각자 다녀온 통영 여행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신다. 둘은 통영에서의 좋았던 경험만 얘기하기로 한다. 최근 기자와 만난 홍 감독은 말했다.

"(좋은 생각만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좋은 생각만 하도록 타고난 사람은 운이 좋은 거죠. 갖고 있는 쓸데없는 틀이 깨져야 경지에 이릅니다. 눈 앞에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바람 부는 아침이 얼마나 좋아요. 수없이 많은 것이 공짜로 주어지는데 머리 속의 틀 때문에 힘들어요."

물론 < 하하하 > 의 두 남자에게는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기에, 좋은 것만 생각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둘은 노력한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자기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극중 시인 정호(김강우)는 말한다. "형 말대로 내가 유치하다 그래도 난 내 길을 가야 그래야 성장하는 거야."

영화에는 수위 높은 베드신도, 폭력장면도 없다. 그래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홍 감독 스스로가 그렇게 등급 심의를 넣길 원했다. "나이 좀 든 사람이 봐야 이해할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다.

홍상수 감독은 이렇게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기를 좋아한다. 오른쪽의 삼각형은 "하나의 목적, 메시지를 위해 존재하는 영화"이고, 왼쪽의 원은 홍 감독이 추구하고 보고 싶은 영화다. 원 안에는 수 많은 돌기가 있는데, 그중 어느 것 몇 개를 취하느냐에 따라 관객은 다른 영화를 본 셈이다. < 하하하 > 를 보고 나면 "누군가는 코미디를 본 듯 웃을테고, 누군가는 술을 먹고 싶을 것"이라고 홍 감독은 말했다.

< 하하하 > 에는 김상경, 유준상, 문소리, 예지원, 윤여정, 김규리, 김강우 등 주연급 배우들이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상업성이 강하지 않은 홍 감독의 영화지만, 그의 독특한 작업 방식에 끌린 배우들이 출연을 위해 줄을 섰다.

"배우가 정해지면서 구상이 본격화돼요. 인물을 만들고 배우를 부르는 게 아니라 부분만 완성된 상태에서 불러요. 배우뿐 아니라 그 사람의 인물 됨됨이도 봐요. 내 생각의 조각을 끄집어내 살점을 늘려 찍는 거죠. (전도연·송강호 같은 톱스타도 출연시킬 계획은 있는지?) 모르는 일이죠. 그런데 누가 와도 캐스팅 과정은 같아요. 전에 무얼 했는지보다 영화의 맥과 맞는지 안맞는지를 봐야죠."

그는 영화 촬영이 매우 즐겁다고 했다. "제일 건강한 것 같다. 하루가 정말 알찬 느낌이고 살아있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을 모두 소진하는 데서 오는 편안함이 있다. 잡생각도 안든다"는 이유다. 역시 홍상수 영화의 인물들은 모두 홍상수의 조각들이다.

<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출시-ⓒ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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