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왜 퇴출돼야하나?[배국남의 직격탄]

배국남 2010. 4. 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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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KBS의 연예·오락프로그램 중 '개그콘서트'를 좋아해서 즐겨보는데, 한 코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 ('나를 술푸게 세상'에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어떻게 김(인규) 사장이 취임했는데도 계속 이 프로그램에서 그런 대사가 나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 대사만 없으면 (해당 코너가) 더 재밌을 텐데…아이랑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19일 KBS 업무보고 등을 위해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인규 KBS 사장에게 한 말이다. 한마디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의 퇴출을 주장한 것이다.

한선교 의원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시청자들은 한선교 의원 생각과 달리 이 대사가 주는 풍자에 공감하기 때문에 박수를 보내며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1등만이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돼버린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1등 지상주의의 폐해를 한번쯤 돌아본다.한선교 의원이 퇴출을 주장하는 '1등만이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대사에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의 문제, 1등 및 스타 독식구조, 명문대 신드롬, 외모 및 황금만능주의, 경쟁지상주의 등 우리사회의 심한 병폐를 꼬집는 약한(?) 풍자가 담겨 있다.

시청자 상당수는 술취한 취객 박성광이 외치는 취중대사"1등만이~"에서 외면하고픈 대한민국 현실의 단면을 목도하게 된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1등만이 성공하는 더러운 세상" "1등만 부자 되고 1등만 땅 사는 더러운 세상"이러한 대사 속에서 시청자들은 씁쓸한 현실을 들여다보며 쓴 웃음을 짓는다.

박성광의'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대사는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 '상위1%가 전체 부동산을..' '스타의 수입이 전체 연예인의 수입을~' '상위 몇 개 고교가 명문대 합격을''명문대 출신이 정부 고위직책을 대다수~'로 대변되는 우리 현실속 1등 독식구조, 승자 독식구조의 어두운 그림자와 기막히게 겹쳐진다.

이 때문에 박성광의 대사에 많은 사람들이 동일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그의 대사를 들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우리 사회 병폐에 대한 공분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코너가 대단히 인기를 끄는 지점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선교 의원의 마음을 안 좋게 하고 가슴을 아프게 해 퇴출을 주장하는 박성광의 대사에 대해 많은 시청자가 뜨거운 관심을 보내는 것은 바로 우리 현실의 병폐에 대한 지적에 공감을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세태풍자는 아니지만 우리의 일그러진 현실을 개그소재화해 웃음을 주는 것이다.

불편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소재화했다고 퇴출을 주장하면 방송 프로그램의 창작의 자유는 심대하게 침해될 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권리도 크게 침해당하는 것이다. 시청자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양한 해독을 한다. 순응적인 해독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판적 해독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한선교의원 처럼 해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사람도 많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대사를 진정으로 퇴출시키는 방법은 1등이 아니더라도 기억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 즉 우리 사회에 심화될 대로 심화된 1등 지상주의의 병폐가 사라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선교의원이 퇴출을 주장한 '술푸게 하는 세상'의 박성광 대사. 사진=화면캡처]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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