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휴가 갑니다" '도둑님 초대글' 될라

2011. 8. 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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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라이버시의 종말

"가족과 함께 휴가 갑니다. 인천공항 인증사진. 트위터는 1주일간 안녕~." "땅끝마을 찍고 보길도로 남도 순례중입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도 휴가 풍경을 담은 글이 부쩍 늘어났다.

이미 미국·유럽 등에서는 사회관계망에 올린 휴가계획을 악용한 절도 사례가 여러 건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한 빈집털이범이 페이스북에 "집을 비운다"고 글을 올린 사람들의 집만을 골라가며 털어, 20여차례 절도에 성공한 사실이 보도됐다. 영국 웨스트서식스의 한 절도범도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용자들의 휴가계획을 이용해 2주간 집을 비운 사람 12명의 집을 털기도 했다.

국내에선 유사한 범죄 사례가 아직 보고되지 않았으나, 절도범이 마음먹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국내 트위터 사용자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63%는 스케줄이 공개돼 있었고, 심지어 83%는 위치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자신의 위치정보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중계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하물며 휴가계획을 올리거나 휴가지에서의 '인증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리는 것은 더욱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미 국민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고, 건당 1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네이트·싸이월드 해킹을 통해 유출된 3500만명의 개인정보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 주변에선 휴가를 떠나기 전 신문과 우유 배달을 일시 중지시키고 밤에는 전등을 자동으로 점멸시키는 등 '빈집' 상태를 노출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이 많다. 그럼에도 정작 자신은 인터넷에서 만인을 향해 '우리집은 빈집'임을 광고하는 셈이다.

앞으로 누군가의 휴가계획을 보고 인터넷을 통해 주소나 지인 등의 연락처를 입수한 뒤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다. 캐나다 사기방지센터에서는 "범인이 당신 가족에게 휴가지에서 당신이 위험에 빠져 급전이 필요하다고 거짓 알림을 보내 사기를 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에서 '친구' 맺은 사람 모두가 실제 세계에서의 친구와 같은 관계는 아니다. 아무리 휴가지와 여행지에서 진기한 풍경과 자신의 모습을 알리고 소통하고 싶더라도, 실시간으로 이를 중계하는 것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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