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 탈락 통보에 노인들 잇단 자살

2011. 7. 19.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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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남해서… 자녀 소득 드러나 지원 끊겨구제 신청 방법도 모르고 "자식에 짐 될까봐"

경남 남해군에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70대 노인이 목숨을 끊은 사건이 또 발생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복지 수급자 자격 조사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청주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두 번째다.

18일 남해경찰서에 따르면 남해군의 H노인요양시설에서 생활해 오던 윤모(74)씨가 지난 13일 새벽 요양시설 외부에 있는 다리 난간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고민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2002년부터 이 요양시설에서 생활해 왔으며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있었기 때문에 무료로 지내 왔다. 지자체 지정에 따라 65세 이상 수급자는 무료 이용이 가능한 요양시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급자에서 제외되면 월 80만원 정도를 본인이 내야 한다. 결국 윤씨에게 월 80만원은 목숨과 바꾼 돈이 되고 말았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약 복용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 잘 안 먹을 정도로 금전적인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윤씨는 저소득층으로 수급자 자격을 얻었지만, 이번 정기조사 결과 딸 5명의 소득이 드러나면서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수급 자격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설에 계신 분들은 갈 데가 없기 때문에 자격탈락 통보 할 때 신중을 기할 것을 지자체에 당부했었다"며 "시설장이 책임을 지고 수급탈락에 대한 이의신청과 소명을 담당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9월까지 주거ㆍ의료급여 혜택은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윤씨가 머물던 요양시설은 수급탈락 공문을 받고 윤씨에게 직접 이야기 하지 않고 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딸이 윤씨와 통화를 했고, 윤씨는 혼자 고민하다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요양시설 관계자는 "윤씨 딸에게 우리(요양원측)가 '법인 후원금'을 윤씨에게 지원하는 방안을 찾겠다고도 말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딸과 윤씨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씨는 딸에게 수급탈락 사실을 전해 듣고 자녀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고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12일에도 충북 청주에서 조모(64)씨가 수급자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 연탄불을 피워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30년 전 부인과 이혼한 뒤 연락이 끊긴 자녀의 소득이 드러나서이다. 가족 단절을 소명하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지만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에게 기초수급자격 탈락의 경우 이의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반드시 전화를 통해 직접 안내하도록 사례를 들어 지침을 내렸었다"며 "담당 공무원에게 확인하니 조씨는 직접 소명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 해도 힘없는 분들에게 행정이라는 것이 무섭게 다가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복지부는 부양의무자(1촌 직계와 그 배우자)의 소득이 4인 가구기준 364만원(중위소득)을 넘는 수급자들의 경우 재조사를 통해 10만명에게 수급 탈락을 고지했다. 부양거부 등의 사유가 확인되면 구제받을 수 있게 조치하고 있지만, 사회복지통합관리망 개통으로 소득ㆍ재산조사가 꼼꼼해 지면서 탈락자들이 예년보다 늘어나 일선 복지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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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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