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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슬럼프에 빠졌다. 거짓말처럼 머릿속에 어떤 장면도 떠오르질 않았다. “아이디어가 바닥났군.” 멍하니 창밖 은하계를 바라보던 김은 개인 우주선에 탑승해 ‘그 가게’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문장 스토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깔끔한 양복을 차려입은 사내가 김을 맞이했다. 김은 다소 긴장한 채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둘러봤다. 어둡고 차갑게 빛나는

어디에 눈을 둬도 찬란한 풍경이 되는 5월에 남편을 떼어 두고 제주에 다녀왔다. 여행의 시작은 이랬다. 지난해 연말 고양이를 키우고, 직장을 다니지 않거나 않게 된 여자 셋이 모였다. 우린 ‘삼묘상상’이란 모임 이름을 짓고 뭔가 재미있고 유익한 생각들을 기획해 세상에 내놓자고 결의했다. 아직 이렇다 할 결과는 없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가 되어가는 중이

“검진 결과는?” “호스피스 병동을 소개해 주겠답니다.” “그래서요?” “다른 병원엘 가니, 새로운 항암제를 써보라 해서 그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평양에서 왔다. 대한민국에 오자마자 검진한 결과, 말기 암이었다. 중년의 나이에 치명적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소망을 가지고 3년여 치료 중, 지난 4월, 산마루예수공동체로 왔다. 자연 속에서 실컷 일하고 살

고수리 에세이스트어느 다큐멘터리에서 갓 귀농한 젊은 부부를 봤다. 농사가 서툰 남편은 잡초가 무성한 밭에서 손가락만 한 고구마를 캤다. “세상에, 이렇게 작은 고구마 본 적 있어요?” 남편이 웃자 “고구마 사세요. 세상에서 제일 작은 고구마 사세요!”라며 아내가 장난을 쳤다. 농사를 망친 것임이 틀림없는데도 부부는 한 줌 되는 고구마를 담아서 집으로 돌

겨울을 건너지 않고서야 무슨 꽃을 피울 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내 겨울의 추위와도 같은 존재였지요 나는 당신의 추위 안에서 덜덜 떨며 한 번쯤 얼어붙은 시간을 반드시 건너와서야 이렇게 싹을 틔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겠지요 당신의 추위 안에서 나는 안으로 안으로만 울면서 눈물 꽁꽁 얼려 꽃의 형상을 꿈꾸었습니다 내가 여름을 기다려 꽃 피우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