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자서전'을 국외에 알리지 말라?

2011. 6. 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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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 홍보지서 삭제 지시

자문위원 반발로 다음호에 사진없이 작게 실어

김주연(사진·70)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이 한국 책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내는 번역원 발간 계간지에 실릴 예정이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자서전 소개글을 '정치인 책'이라는 이유로 게재하지 말도록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번역원은 한국 문학과 문화를 국외에 알리기 위해 1996년 설립됐다.

7일 한국문학번역원 등에 따르면, 번역원이 발행하는 영어·중국어판 계간지 <리스트-북스 프롬 코리아> 2010년 겨울호에 한국의 논픽션 소개 기사의 머리글로 <김대중 자서전> 소개글이 책 표지 사진과 함께 2쪽에 걸쳐 게재될 예정이었으나 인쇄 직전에 김 원장의 지시로 삭제됐다.

이 책을 <리스트>에 추천한 편집자문위원들은 이 사실을 지난해 12월 초 책이 발간된 뒤 알게 됐다. 일부 자문위원들은 번역원에 항의했고, 김 원장은 이들에게 "정치적·종교적 색채가 있는 책은 소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번역원의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자문위원들은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으로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인물로 정치인이라고 소개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맞섰다. 자문위원들은 "인쇄 직전에 원고를 삭제하고 위원들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김대중 자서전> 소개글을 2011년 봄호에 실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지난 3월 발행된 <리스트> 봄호에 <김대중 자서전> 소개글은 표지 사진 없이 3분의 2쪽 분량으로 실렸다. 봄호에 소개된 책 100여권 가운데 표지 사진 없이 소개된 책은 <김대중 자서전>을 포함해 단 2권뿐이었다.

김 원장은 "수많은 정치인들이 책을 내는 상황에서 정치인 책을 소개하면 계속 부탁을 받을 수 있다"며 "정치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리스트>의 편집권은 자문위원이 아닌 번역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어 "노벨상 수상자라는 주장을 수용해서 봄호에 <김대중 자서전>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김대중 자서전> 사진이 빠진 데 대해선 "편집 실무까지는 내가 챙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문학과 지성> 창간 멤버이며, 숙명여대 교수를 지낸 저명한 문학평론가이다.

지난해 7월 나온 <김대중 자서전>은 올해 일본 이와나미출판사에서 번역 출판됐으며 중국인민대학출판부에서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선 16만권(8만질)이 팔렸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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