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 "등록금 인상·기초학문 몰락 불보듯"

목정민 기자 2011. 5. 3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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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들이 법인화 반대 농성하는 이유행정관 점거 계속.. 오연천 총장에 면담 요구

"법인화가 되면 제가 전공하는 인문학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사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국어국문학과 윤여민씨·20)

31일 학생들이 이틀째 점거농성 중인 서울대 행정관에는 '서울대 법인화법' 날치기 통과와 법인화를 비판하는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학생들은 오전 8시 출입문을 봉쇄해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했다. 행정관에는 학생 100여명이 남아 점거농성을 이어갔으며 취재기자들의 출입만 허용했다.

학생들은 이날 오후 1시쯤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과의 직접 면담을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오연천 총장은 학생들과 대화하라"며 1일 오후 6시까지 답변해줄 것을 요구했다. 총장 면담이 성사되지 않거나 성의 있는 답변이 없을 경우 점거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총학생회는 오후 6시 행정관 앞에서 법인화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었으며, 행정관을 점거하는 동안 매일 저녁 촛불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행정실 1층 로비에서 법인화를 반대하는 교수들과 함께 미니 강의도 마련한다.

법인화에 반대하며 대학본부를 점거 중인 서울대 학생들이 31일 학교 측에 성실한 대화를 요구하며 교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서울대 학생들이 '국립대학법인 서울대'를 우려하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법인화 이후 국고 지원이 줄어들면서 등록금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돈이 되는 학문'에만 치중하면서 비인기학과가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큰 상태다. 김모씨(22·국어교육과)는 "얼마 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습·진로 고민을 상담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폐지하려 한 적이 있는데, 법인화되면 그런 이유로 없어질 공공 프로그램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해 서울대 법인화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부터 대학본부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다고 했다. 지윤 총학생회장은 "법인화가 이뤄질 경우 등록금 상승과 기초학문의 고사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이런데도 본부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법인화 작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법인화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총장은 학생들이 총학생회의 민주적 절차에 따라 내놓은 요구사항에 응해야 한다"고 학생들의 농성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 학장단은 담화문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대학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행동은 학생의 본분을 넘어선 비민주적 행동"이라며 "법인화는 학생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 총학생회는 30일 비상총회를 열고 '법인 설립준비위의 해체를 위한 행동에 나선다'는 안건을 통과시킨 뒤 행정관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 목정민 기자 loveeach@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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