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아베 총리가 주도한 日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2015. 7. 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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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신적 뿌리인 '메이지 유신'의 성지 포함

아베 정신적 뿌리인 '메이지 유신'의 성지 포함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5일 결정된 일본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는 한마디로 '아베 프로젝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시작부터 끝까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도했다.

일본 정부가 산업혁명 시설들을 '세계유산 후보'로 밀기로 공식 결정한 것은 2013년 9월이다.

당시 한 나라가 1년에 1건씩 세계 유산 추천을 할 수 있는 규정 때문에 아베 총리의 직속 조직인 내각 관방의 전문가 회의가 추천한 메이지 산업시설과 문화청 문화심의회가 뽑은 나가사키(長崎)·구마모토(熊本)현의 기독교 유산이 경합했다.

세계 유산 추천은 그간 전통적으로 문화청 문화심의회가 맡았고, 두 후보지가 모두 걸쳐있는 나가사키현과 나가사키시가 모두 기독교 유산들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을 요구해 기독교 유산 쪽이 객관적 상황은 유리했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산업혁명 유산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아베 총리의 결정이었다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독일 본에 파견된 일본 정부 대표단의 면면을 봐도 이 사안에 대한 아베 총리의 높은 관심도를 알 수 있다.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 등 외교부 당국자들이 주축이 된 한국과 달리 일본 대표단은 이즈미 히로토(和泉洋人) 총리 특별보좌관이 단장을 맡았고, 가토 고코(加藤康子) 내각 관방 참여(총리 자문역)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일 임명이 발표된 도시 경제 평론가 가토는 그야말로 임명장에 도장이 마르기도 전에 본으로 급파됐다.

그 뿐이 아니다. 한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원국들을 상대로 일본 산업시설에서 이뤄진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를 제기하자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외무성 등 관계 부처 부(副)대신과 정무관(이상 차관급 정무직)을 회원국들에 줄줄이 파견하는 등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또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 의장국인 독일을 방문,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한데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이처럼 산업혁명 유산 문제에 '올인'하는 것은 그의 역사관 및 정체성의 뿌리와 관련있다는 해석이 많다.

이번에 등록된 23개 장소 가운데 5곳이 아베 총리의 정치적 고향이자 지역구 소재지인 야마구치(山口)현에 있다. 특히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알려진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1830∼1859)의 사설 교육기관이자 메이지 유신의 요람이었던 쇼카손주쿠(松下村塾·야마구치현 소재)가 '뜬금없이' 산업혁명 시설군에 포함된 점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막부시대 말기부터 메이지시대(1868∼1912년)에 걸쳐 일본의 급속한 중공업 발전을 이끈 시설들은 결국 일본 근대화를 이끈 메이지 유신과 직결된다. 요시다 쇼인과 그의 제자인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晋作· 1839∼1867) 등 메이지 유신의 여러 주역이 야마구치현 출신이다. 아베 총리는 휴가 등 계기에 야마구치를 찾을 때면 자주 이들의 묘소를 참배하곤 했다.

결국 '일본을 되찾겠다'며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평화헌법 개정을 모색하는 아베 총리가 자신의 '정신적 뿌리'로 생각하는 과거 개혁 세력(메이지유신 추진 세력)의 '성지'를 인류 문화 '명예의 전당'에 올리는 것이 이번 세계유산 추진의 한 측면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런 점으로 미뤄 이번 등재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로 양국이 극심한 진통을 겪은 것은 어떤 의미에서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요시다 쇼인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등 일본 근대화 주역들의 스승으로 일본에서 추앙받고 있지만 정한론(征韓論)과 대동아공영론 등을 주창하며 조선 식민지화를 포함한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에 이론을 제공한 인물이다. 강제징용 문제는 결국 요시다 등 아베 총리가 존경하는 인물들의 부정적 이면이자, 어떤 의미에선 그들이 추진한 '부국강병' 노선의 그늘이기도 한 셈이다.

때문에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를 놓고 한일이 그토록 치열한 외교전을 벌인 이면에는 강제징용 문제가 메이지 유신과 그 주역들의 '명예'에 오점으로 기록될 것을 극도로 우려하는 아베 총리의 의중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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