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 "제2 김점덕 사건 없어야" vs "가해자 가족 피해"
김점덕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째를 맞고 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성인대상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소급해 신상공개 여부를 다시 결정하는 법령이 도입됐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인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해 ‘제2의 김점덕 사건’을 막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검찰이 청구한 사건에 대해 현재 법원의 인용률은 1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상공개 청구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고, 재판부가 신상공개의 ‘2차 피해’에 대해 우려한 결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신상공개 대상의 범죄의 종류, 재범 위험성에 대한 객관적 기준 마련 등을 정비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성인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 소급 인용률 15%
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2013년 12월19일부터 1년 동안 과거 유죄 확정된 성인대상 성범죄 4125건에 대해 신상공개·고지를 소급해 법원에 청구한 결과 649건(15.73%)만이 인용 대상으로 인정됐다. 이는 김점덕 사건으로 개정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것으로 소급적용 대상자는 2008년 4월부터 2011년 4월까지 3년간의 유죄 확정된 성범죄자로 제한됐다. 성범죄 경력이 공개되지 않아 문제가 됐던 김점덕 사건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법이 마련됐지만 실제 인용률은 그리 높지 않았던 셈이다.
이는 검찰이 요건만 맞으면 성범죄자에 대해 신상공개를 원칙적으로 청구하고 있는 데다 신상공개 여부에 대해 조심스럽게 판단하는 재판부의 태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성범죄 처벌 규정이 점점 엄격해지면서 법에 따라 원칙대로 신상공개를 청구하고 있다”면서 “신상공개 청구 기준에 의문을 제시하는 내부 의견도 있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성폭력 방지대책의 성과·문제점 및 개선방안 연구’란 주제로 외부 기관에 용역을 맡긴 상태다. 이 연구결과는 향후 신상공개 청구 기준을 마련하는 데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는 ‘이중 처벌’로 위헌 논란이 일었던 사안인 만큼 성인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13년 헌재가 신상공개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렸지만 성범죄자 가족이 받는 ‘2차 피해’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가 전 세계에서 매우 드물게 시행되는 현실에서 ‘낙인효과’ 등도 경계해야 할 요소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소급적용 신청이 들어온 경우 최근 수년간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며 “공개해도 달성되는 이익보다 개인 정보를 공개해 나타나는 부작용이 많다고 판단되면 소급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신상공개 기준 확립 등 보완책 필요
김점덕 사건에 따라 이례적으로 과거 성인대상 성범죄를 저질렀던 이들에 대해 소급해 신상공개를 청구한 탓에 인용률이 낮았지만 현재 성범죄로 기소되는 범죄자 신상공개율은 이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신상정보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전적으로 법원의 각 재판부 재량에 달린 상황에서 신상공개 기준을 깊이 논의하지 않은 점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란 지적이다. 피고인의 성범죄 재범의 위험도를 평가할 판단 요건을 객관화해 정립하고, ‘통신매체를 통한 음란행위’ 등 벌금형을 부과할 범죄까지 무분별하게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부분은 생각해 봐야 할 점이라는 것이다.
황일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성범죄자의 신상공개의 재범방지 효과성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현행법은 (신상공개) 대상의 광범위한 규정, 판결선고 시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배제 등 법체계상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며 “신상정보 공개·고지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상범죄의 축소, 재범 위험성에 대한 판단요건 신설, 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에 비례한 단계별 실시 등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희경·정선형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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