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이 '비자금 장부' 안 남긴 까닭은

입력 2015. 7. 6. 11:20 수정 2015. 7. 1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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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불법정치자금 유죄 뒤 기록 싫어해

경남기업 지하엔 5m 크기 파쇄기도

검찰, 이완구 전 총리 전달 3천만원

'비타500상자 아니었다' 진술 확보

"작년 강서구 재력가 살인 사건에서 등장한 수준의 비자금 장부를 찾으려고 했다."

싱겁게 막을 내린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 초기, 수사팀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겼을 가능성이 있는 비자금 장부를 찾는 데 주력했다.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숨지고 없는 상황이지만 시간·장소·금액·대상자가 적힌 비자금 장부만 찾아낸다면 나름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수사팀은 우선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박준호 전 상무와 이용기 전 홍보부장을 경남기업 내부자료 은닉 혐의로 구속한 뒤 비자금 장부가 있는지를 추궁했다. 또 지난 3월에 경남기업 수사가 시작된 뒤 이곳저곳으로 빼돌려진 자료를 찾으려고 직원들 집의 장롱까지 뒤졌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믿을 만한 사람에게 비자금 장부를 맡겼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이 때문에 성 전 회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기 11대의 기지국 접속 정보와 통화·문자메시지 수신·발신 내역, 일정표, 차량 하이패스와 내비게이션 기록, 수행비서 진술 등을 교차분석해 그의 마지막 2주가량의 행적을 샅샅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자금 장부는 없다고 결론을 냈다.

5일 수사팀과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성 전 회장이 장부를 남기지 않은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초등학교를 중퇴한 뒤 건설업계에 투신해 도급 순위 20위권대인 경남기업을 인수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급성장의 바탕에는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집착과 로비가 있다는 것이 주변인들 말이다. 경남기업의 한 관계자는 "그는 로비로 사업을 키우고 정치인의 꿈을 키워온 인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로비 자금을 전달하는 수단도 규격화됐다고 한다. 수사팀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전달된 3000만원은 "20개들이 커피믹스 상자 크기의 포장에 담았다"는 경남기업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사건 초기 일부 언론이 보도한 '비타500' 상자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액에 따라 정해진 포장법이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었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으로 두 차례나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성 전 회장은 이런 경험을 하면서 기록 남기기를 싫어했다고 한다. 중요한 내용은 손으로 써서 메모한 뒤 폐기했다. 경남기업 사옥 지하에는 너비가 5m 가까이 되는 대형 파쇄기가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었다. 자금 내역을 컴퓨터로 정리하는 직원은 성 전 회장한테서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현장전도금 등의 사용 내역을 성 전 회장에게 보고할 땐 연필로 적어서 보고하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비자금 수사의 실마리가 된 '현장전도금 입출금 내역'이 담긴 엑셀파일도 회사에 보관됐던 것이 아니라 자금 담당인 한아무개 전 부사장이 몰래 정리해온 자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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