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에 꽂힌 편의점..옴니 채널로 변신

2015. 7. 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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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겨냥,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 채널서 새 돌파구

원목 업체에서 해외 수출을 담당하던 김연숙(36·가명) 씨는 최근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했다. 그의 선택은 다름 아닌 편의점이었다. 부동산 임차료를 제외하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창업이 가능하고 시스템만 잘 따르면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점이 이유였다. 김 씨는 “조직 생활에 지쳐 가던 무렵 새로운 도전으로 창업을 결심했고 부담 없는 창업을 물색하던 중 편의점을 생각하게 됐다”며 “편의점은 창업비용이 저렴한 만큼 매출 이익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앞으로 두세 개 점포로 확장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시장 포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출점 수는 지난해 약 1600개에 달했다. 올해도 업체당 500여 개의 신규 점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편의점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7% 성장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 들어 편의점 주가 또한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편의점 1위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주가는 6월 25일 장중 16만6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2위 GS리테일의 주가도 역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유통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세운 기록으로, 사람이 몰리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 대신 편의점이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말 기준으로 편의점 사업의 매출액은 12조8101억 원으로 2012년 11조7000억 원보다 약 9.1% 증가했다. 시장의 성장곡선으로 보면 성숙기이지만 국내 편의점 시장은 아직 성장 초입 구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남성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013년 4분기부터 시작된 기존점 성장이 약 4~5%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현재까지도 일본의 기존 점포 성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국내시장의 성장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분기 편의점 성장률 5% 유지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편의점이 살아가는 방법은 바로 ‘변신’이다. 1989년 국내 편의점 첫 매장(훼미리마트, 현 CU) 출범 이후 26년 동안 편의점 업계는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해 왔다.

지금은 보편화된 24시간 영업은 도입기인 1990년대에만 해도 매우 생소한 방식이었다.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기도 했다. 올해로 24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손학복 CU 광장점 점주는 “처음 편의점을 오픈했을 때는 밤 12시가 넘으면 상품 가격에 할증이 붙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1990년대 초반 편의점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제품은 슬러시와 소프트 아이스크림이었다. 오늘날의 편의점을 있게 한 주인공(?)인 획기적 상품은 1992년 등장했다. 바로 ‘삼각김밥’이다.

10년 정도 무명의 설움을 견뎌 오던 삼각김밥이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길거리의 배고픈 젊은이들이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삼각김밥을 찾으면서다.

2000년에 접어들면서 편의점은 고도 성장기를 맞는다. 출범 4년 만에 1000호점을 돌파한 편의점은 2007년 점포 수 1만 개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매장 형태도 다양해졌다. CU는 2009년 이동형 편의점인 ‘트랜스포머’에 이어 2010년 친환경 그린 스토어도 첫선을 보였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2015년 6월 현재 편의점 빅 3는 차별화된 매장을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체마다 새로운 편의점 포맷을 선보이며 생활 밀착형 공간으로 무한 진화하고 있다.

자전거 이용한 배달 서비스도

CU는 지난해부터 ‘CU마로니에공원점’에서 아마추어 뮤지션들을 위한 ‘무대 지원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여유 공간을 활용해 6.6~9.9㎡(2~3평) 남짓한 소형 무대를 마련하고 거리 공연을 위한 앰프·마이크·조명 등 일체의 공연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무대 지원 프로그램’은 편의점의 새로운 형태와 역할을 연구하는 ‘한국형 편의점’ 전략의 일환이다.

편의점에 ‘물품 보관함 서비스’도 등장했다. CU 관계자는 “24시간 이용이 가능해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심야 시간대에 주변 클럽을 이용하는 젊은 고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물품 보관함 서비스’ 도입 이후 점포 방문 고객이 약 15% 이상 증가하는 등 신규 고객 유입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미래형 스마트 편의점’을 구축하기 위해 5월 28일 SK텔레콤과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을 적용한 미래형 스마트 편의점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 6월 서울 명동 지역 세븐일레븐에 미래형 스마트 편의점을 구축했다. 미래형 스마트 편의점 시범 매장에는 스마트 테이블, 스마트 선반, 미디어 윈도, 증강현실, 스마트 홍보물 등 5가지 ICT 솔루션이 시범적으로 설치된다.

GS25는 지난달부터 키오스크 복합기를 통한 신개념 생활 편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편의점 이용 고객은 컬러 프린트, 컬러 복사, 팩스, 주민등록등본 출력, 토익 성적표 발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GS25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대학가 2개 매장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대학가 주변 10개 매장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와 함께 향후 사진 인화 서비스, 포토 앨범 주문 등 고객들이 평소에 필요한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키오스크 복합기에 접목할 계획이다. 지난 5월 벤처기업 세븐스토리와 손잡고 무인 사진 인화 서비스도 시작했다.

매장 차별화와 함께 편의점 업계가 공들이고 있는 분야는 바로 ‘배달’이다. 2001년 시작된 ‘편의점 택배’는 정보기술(IT)과 만나 본격적인 배달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4개 점포에서 자전거를 사용한 배달 서비스를 실시한 데 이어 CU는 6월 22일 배달 전문 업체 ‘부탁해’와 손잡고 본격적인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하루 종일 집을 비우는 직장인들을 공략한 서비스다.

이와 같은 편의점 배달 경쟁 이면에는 옴니 채널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옴니 채널은 온·오프라인 모든 유통 채널이 통합된 것으로, 유통 업계 전반적으로 플랫폼 시장 선점에 나선 상태다. 성장 정체에 빠진 오프라인 시장의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옴니 채널의 관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로, 유통 업체뿐만 아니라 SK텔레콤·다음카카오 등 IT 업계 전반에서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O2O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은 바로 배달과 물류다. 편의점은 전국의 촘촘한 편의점 점포망을 무기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채널에 ‘배달망’을 구축해 옴니 채널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미 앞서 ‘모바일 비콘 서비스(반경 최대 50m 범위 안에 있는 사용자의 위치를 찾아 메시지 전송, 모바일 결제 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스마트폰 근거리 통신 기술)’로 옴니 채널 시대를 준비해 온 편의점 빅 3가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며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있다.

CU가 음식점 배달 전문 모바일 업체 ‘부탁해’와 손잡은 데는 짧게는 10분에서 최대 40분 이내에 100여 가지 상품을 발 빠르게 배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매장이 자동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또한 롯데가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은 그룹 차원에서 옴니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롯데마트·롯데백화점 등 계열사 내 유통 채널과 결합해 롯데닷컴 등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세븐일레븐·롯데마트·롯데백화점 등에서 받아 보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온라인 상품의 편의점 반품과 근거리 배송도 옴니 채널 전략의 일환으로 시행 중이다. 막 오른 옴니 채널 시대에 편의점이 가세한 가운데 승자는 누가 될까. 26년간 진화를 거듭해 온 편의점 업계가 또 한 번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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