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불평등 출발선부터 다르다] 양극화 심각한 부동산·금융 '균형 잡기' 절실

조민영 기자 입력 2015. 7. 6. 02:16 수정 2015. 7. 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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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자산불평등, 완화할 수 있다

불평등 연구의 대가인 영국의 경제학자 앤서니 앳킨슨은 최근 신간 ‘불평등을 넘어’에서 “지금과 같은 높은 수준의 불평등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견해는 정신을 좀먹는다”고 일갈했다. 지난해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 이후 ‘부(富)의 불평등’이 세계적 문제로 떠올랐음에도 대안을 찾기 위한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평등이 불가피할지 몰라도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을 보완하고 조정할 대안은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이 주장은 자산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원론적으로 자산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이 가진 이들에게 좀 더 높은 책임을 물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적게 가진 이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물론 원론적인 이런 해결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자산 불평등 해소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져 한다.

◇자산 소유 명확화 통한 세제 보완 필요=자산 불균형의 문제에 대해 많은 국내 전문가들은 결국 재산에 대한 세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피케티 교수가 주장한 ‘글로벌 부유세’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양극화가 심각한 부동산, 금융 부문에 대한 균형 잡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5일 “자산 소유를 제한할 수는 없지만 고소득자에 대해 소득세 강화를 주장하듯, 대재산가에게도 결국 세금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런 문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금융소득세, 양도소득세 같은 자산으로 인한 소득세만 있는데 자산 보유 자체에 대한 세금 부과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국내에서 종합부동산세가 있는데 거의 껍데기만 남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재산세 도입에 앞서 소유주가 불분명한 자산에 대한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은 부동산, 예금, 주식이 있는데 예금은 실명제를 해서 정확한 파악이 되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등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자산에 대한 통계가 불분명하다보니 정확한 대안 찾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근로소득 확충, 협동조합 등 ‘불균형 완충’ 장치 필요=자산 소득에 대한 세제 강화는 기득권자의 반발 무마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만 가능한 민감 이슈다.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려는 등의 부작용도 있다. 피케티가 국가별 부유세가 아닌 ‘글로벌 부유세’라는 처방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자산이 소득보다 불평등한 것은 당연하다. 자산은 축적되는 것이기 때문에 불평등도는 당연히 더 심하다”면서 “(재산) 보유세를 높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세제는 사회적 합의 산물이라 (손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제를 통한 보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산 불평등 현상 완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애초 소득을 창출할 능력, 즉 ‘출발점’ 균형을 맞추기 위한 교육제도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 보완장치가 실질적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최저임금을 높이는 등 근로소득을 늘려야 자산 불균형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강해지고 있다. 앳킨슨도 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 등에 대해 “근로자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임금수준과 함께 높아질 수 있다”면서 “불평등을 줄이는 조치들과 경제성장률 사이의 관계는 긍정적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저소득층 소득까지 갉아먹는 부채자산 해결책 모색해야=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부채 자산이다. 가지고 있는 재산이 스스로 증식되면서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반면, 돈이 없어 진 부채의 경우 가진 재산은 물론 일해서 버는 소득마저 갉아먹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소득 불평등 심화의 원인과 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국민 소득 수준을 10분위로 나눴을 때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10%) 가구(부채보유 가구 기준)의 소득 대비 이자 비율은 24.2%에 달했다. 반면 소득 상위 10%인 10분위 가구의 이자부담률은 10%에도 못 미쳤다. 특히 재산이 적은 가구는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자산 등에 따른 소득이 없거나 적기 때문에 근로소득 등으로 가계부채의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자산 부족이 근로소득까지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 식이다.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고서도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활용한 햇살론이나 미소금융 등과 같은 신용정책이 불균형을 오히려 확대할 수 있다. 상환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금융정책이 아닌 재정정책 등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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