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미혼모에 찍히는 낙인.."직접 키울 겁니다"

심수련 입력 2015. 7. 1. 06:01 수정 2015. 7. 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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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아이 없이 부부만 살아가는 딩크(DINK)족,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1인 가구까지...가정도 삶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도 점차 이런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미혼 한부모 가정은 어떨까?

"전통사회에서는 독신 미혼 여성이나 이혼녀, 장애인에 대한 낙인이 굉장히 심했죠. 감춰야할 일들로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이런 분들이 장관도 되고 정치인도 되고 각자 능력을 발휘하며 살고 있어요. 그런데 왜 유독 미혼모에 대한 낙인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남편이 없어도 자신의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애쓰며 살아가는 엄마들인데 말이죠."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 "손가락질만이라도 안했으면…"

미혼모들이 말하는 가장 큰 장벽은 경제활동에서 겪는 편견이었다.

"서류를 내면 등본에 애기랑 둘이 있고 성이 똑같으니까 다 안 받아줬어요. 순탄하게 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애기 지키려고 미혼모가 된건데...채용 안 해줘도 좋으니까 손가락질만이라도 안했으면 좋겠어요." (박서희(가명) / 미혼 한부모)

박서희(가명)씨는 자격증만 셋이다. 방과후 지도사,보육교사,피부관리사. 하지만 미혼모가 된 후 일자리를 구할때마다 그녀는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가족관계증명서에 자신과 같은 성으로 나란히 올라 있는 아이를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박씨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식당의 시간제 일자리가 전부였다.

자신이 미혼모임이 알려지면 현재 직장에서 또 해고된다며 공개 인터뷰에 응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저희 대표님이 제가 미혼모라는 걸 알게 됐을때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일할 수 없다는 거예요. 해고된 뒤 다시 직장을 구하려고 할 때는 더 힘이 드는 거죠. 미혼모라고 밝히면 전부 떨어져요. 왜 남편 없이 애를 키우냐고 면박만 하고..." (길지혜(가명) / 미혼 한부모)

이런 실직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임신 출산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미혼모는 93%였다(2009년). 비슷한 시기 통계청이 조사한 기혼여성의 경력단절 비율(2011년,19.3%)과 비교하면 네 배가 넘는다. 미혼모는 부도덕하다는 생각과 나홀로 육아로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이다.

문제는 일 잘하고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는 미혼모들조차 이런 편견에 내몰린다는 것이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권익센터장은 이런 현상이 결국 사회적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진단한다.

"미혼모들이 계속 직장을 다니고 출산 휴가를 쓰고 다시 직장에 복귀해서 일을 하면 스스로 부양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보장이 된다면 그렇게 사회적 복지에 의존할 필요도 없는 거죠. 사회적 편견이라는 그 어리석은 공격을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거죠."

◆ 늘어나는 양육 미혼모, 하지만…

입양이냐 양육이냐, 미혼모의들의 갈등은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미혼모들이 양육을 선택하는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대부분 미혼모들이 입양을 선택했던 데 반해 최근 조사에서는 양육선택이 절반을 넘어 입양을 앞질렀다. 미혼모의 아이로 추정되는 혼인 외 출생등록도 연간 만 명 정도로 증가했다.(전체 출생등록의 2.14%/통계청 2013년)

하지만 용기를 내 양육을 선택하더라도 미혼모들이 겪게 되는 빈곤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 여성재단이 양육미혼모의 경제 사정을 조사한 결과 직업을 가진 미혼모는 절반에 그쳤고 이 중 정규직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 70% 이상은 수입이 없거나 월 100만원 이하로 최저생계비를 밑돌고 있었다.(한국여성재단 2014년 조사) 제작진이 양육 미혼모들의 이야기를 취재하며 느낀 점은 이들의 빈곤이 사회.경제적 고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친척들은 제가 미혼모 됐단 자체를 부정해요. 싫어해요. 네 고집대로 했으면 네가 고생을 하든 뭘 하든 네가 알아서 해라" (신은성(가명) / 미혼모)

가정과 직장, 안팎의 고립으로 양육미혼모들은 기혼의 일하는 엄마보다 삶의 고충이 훨씬 더 크고 무거웠다.

◆ 치명적인 아동 양육의 사각지대

빈곤의 문제는 아동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입양 중개인'들이 가난한 양육 미혼모들에게 접근해 금전이나 보상을 매개로 불법 입양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희 대구미혼모가족협회 대표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질병이 있는 한 미혼모의 얘기이다.

"애기 엄마가 전화 번호를 두 번 바꿨는데도 입양 중개인한테 계속 전화가 왔대요. '네가 사람이냐 나한테 애를 팔아라 그럼 네 병도 고쳐줄게.' '그런 전화를 내가 한번 받고나면 내가 몹쓸 사람 같아서 살기가 싫다. 애를 입양을 차마 못하겠으니 같이 투신 할까요?' 애기 엄마가 저한테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한 미혼모는 중개인이 액수까지 제시하며 아동매매를 제안했다고 제작진에게 증언했다.

"애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그러더라요. 그래서 무슨 말이세요? 하니까 괜찮으시면 2천만 원 정도 줄테니까 애를 저한테 파시면 안될까요? 애가 이쁜데 이렇게 얘기하시데요. 저 정말 화가 많이 나서 욕을 했거든요." (조민지(가명) / 미혼 한부모)

아동의 인권뿐 아니라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일이 현재도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사회적 편견으로 가정 분리되는 일 없어야

국제사회는 미혼모의 아이들을 원가정에서 보호하기보다 입양 보내는 한국 사회의 관행을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정부도 조금씩 이런 권고를 받아들여 관련법을 보완해 가고 있다.

중앙입양원은 이런 국제 사회의 권고로 설립된 조직인데 기관장인 신언항 중앙입양원장은 60년간 민간기관에 맡겨온 아동 입양을 국가 책임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즉 아동에게 어떤 부모가 최선일지 사후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국가가 책임지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 원장은 이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대책은 미혼모 가정을 보호하는 일이라 강조했다.

"국제아동입양협약의 기본 정신은 모든 아이들이 태어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못 받고 분리되는 가장 많은 이유가 경제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랄 수 있도록 모든 경제적, 또는 사회적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미혼모의 아이들은 오랜 세월 입양이 제 1순위였다. 가족의 분리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됐다. 더군다나 오랜 세월 많은 아이들은 문화와 인종이 외국 가정에 맡겨졌다. 우리 사회는 혹여 입양을 옳은 선택이라며 무책임을 방조했던 것은 아닐까?

저출산 시대다. 미래세대인 아이들을 생각해 볼때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키우겠다는 미혼모, 노동 의지가 분명한 양육 미혼모에 대해 낙인과 편견을 거둘 이유는 충분하다.

[연관 기사] ☞ [시사기획 창] '내 아이 내가 키우면 안 되나요?'심수련기자 (h2olily@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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