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공군 공중급유기 에어버스 낙점, 美 '시장 독점' 깨져

박수찬 2015. 6. 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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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공군 조기경보통제기에 급유중인 A330 MRTT.

2020년대 한반도 영공을 지킬 공군 공중급유기로 유럽 에어버스의 A330 MRTT가 선정됐다.

방위사업청은 30일 오후 국방부 화상회의실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재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방위사업청은 비용과 성능, 운용적합성, 기술이전이나 부품수출 등 반대급부를 제공받는 절충교역 등 4개 분야의 평가와 가중치를 적용해 기종을 선정했다.

공중급유기 사업은 장명진 청장 취임 직후 첫 대형사업이라는 점,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내부 혁신 작업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측면에서 방위사업청은 "원칙에 입각해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공중급유기 사업예산은 기체 구매예산 1조2000억원에 격납고와 활주로 보강 등 시설 구축비용 2000억원을 더해 1조4000억원에 달한다.

군 당국은 당초 2017년부터 전력화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업체와의 협상이 길어지고 예산 확정이 늦어지면서 2018년 이후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2018년 2대, 2019년 2대 등 모두 4대가 전력화될 예정이다.

◆ '힘 빠진 상호운용성', 성능이 우선이었다

한국 공군은 F-15K, KF-16 등 미국제 무기를 주로 사용해왔다. 호크 훈련기나 CN-235 수송기 등 유럽제가 일부 도입되기는 했지만 미국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무기를 유럽제로 보강한다는 측면이 강했다.

여기에 유사시 한미 연합작전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상호운용성' 측면에서 주력 무기는 미국제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실제로 미 보잉사의 E-737 조기경보통제기를 구입하기로 군 당국이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국측은 상호운용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바 있다.

하지만 공중급유기 기종선정에서는 상호운용성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는 상황이 다르다"며 "공중작전 지휘통제의 핵심인 조기경보기는 데이터링크 등의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상호운용성이 필요하지만 후방에서 주유소 역할을 하는 공중급유기에 높은 상호운용성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전투기에 어느 정도의 연료를 급유할 수 있는가의 여부"라며 "후방에서 작전을 지원하는 항공기에 대해 상호운용성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330 MRTT는 급유기와 수유기 간 운용에 필요한 'Link-16(디지털 전술 데이터링크 장비)'을 장착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작전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방위사업청은 밝히고 있다. 미국산 전투기와 유럽산 급유기 간 운영을 뜻하는 상호호환성도 군사 표준에 따라 수락검사와 인증시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에어버스가 보장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기체의 기본적인 성능이 희비를 엇갈리게 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에어버스사의 A330 MRTT는 여객기 A330-200을 토대로 제작됐으며 급유기와 수송기를 겸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111t의 연료를 날개 부위에 탑재 가능하며, 266명의 인원과 37t의 화물을 실은 채 공중급유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보잉사의 KC-46A는 여객기 B-767을 토대로 제작된 공중급유기로 미 공군에 납품돼 한미 연합 작전 수행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97t의 연료를 실을 수 있으며 생화학전과 핵전쟁 상황에서 운용할 수 있다.

A330 MRTT(자료사진)

때문에 방사청의 평가에서 A330 MRTT는 체공시간, 공중급유량, 인원 및 화물공수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유로화 가치 급락과 달러화 상승 등 환율변동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 공군 '전투력 향상', 에어버스 '교두보 확보'

공중급유기는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고 동북아 정세가 격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공군에 또 하나의 날개를 다는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F-15K의 독도와 이어도 작전임무 가능 시간은 각각 30분과 20분이다. KF-16의 독도와 이어도 작전임무 가능 시간은 각각 10분과 5분 이내에 불과하다.

공중급유기가 도입되면 이들 지역에 대한 작전임무 시간 증대는 물론 연료 대신 추가 무장 탑재가 가능해 전투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경쟁관계였던 에어버스와 보잉은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회사 모두 차기전투기(F-X) 사업에서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에 패한바 있다. 따라서 공중급유기 사업을 통해 누가 '패자부활'을 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공중급유를 받고 있는 KF-16 전투기.

에어버스는 이번 사업 수주로 동아시아에서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미국제 무기 비중이 매우 높은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방산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보잉은 F-X에 이어 공중급유기 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시면서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세계 공중급유기 시장에서의 영향력 축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공중급유기 시장은 미국의 KC-135가 장악해왔다. 하지만 KC-135의 노후화로 인한 대체 수요를 에어버스가 장악하면서 판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

에어버스는 최근 10년간 수주 실적에서 MRTT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6개국(영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UAE, 싱가포르, 프랑스) 공군이 46대의 공중급유기를 구매했으며 2개국(카타르, 인도)이 8대의 A330 MRTT 도입을 결정했다. 유럽방위청(EDA)과 스페인(2대)도 기종 선정 및 최종 우선협상자로 에어버스를 선정하고 최종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보잉은 미 공군 외에는 수주를 받지 못하고 있다. KC-46A는 지난해 말 시제기 767-2C가 초도비행에 성공한, 개발 중인 급유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 수요처인 미 공군의 도입물량이 179대에 달하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업에서 수주에 실패해 향후 행보에 차질이 우려된다.

국내 항공산업계 역시 기술이전과 절충교역의 혜택을 받게 됐다.

에어버스는 공중급유기의 창정비와 후속군수지원, 자사의 최신형 여객기 A330 NEO 구성품 생산 물량 일부를 대한항공에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재 핵심기술인 열가소성수지(OOA : Out Of Autoclave) 관련 기술, 복합재 피로도 해석과 시혐평가 기술 등이 함께 이전된다.

대한항공은 에어버스와의 협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이전되는 기술은 항공기의 수명주기와 검사 주기를 예측하는데 필수"라며 "항공기의 중량 감소 등을 통한 기술적 파급효과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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