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고시마 남쪽섬 또 분화..140명 대피·1명 화상(종합3보)
연기 9㎞ 넘게 치솟아…분화 예측 실패 논란도
(도쿄=연합뉴스) 김용수 이세원 특파원 = 29일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남쪽의 화산섬 구치노에라부지마(口永良部島)에서 강력한 분화가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9분께 구치노에라부지마의 화구 중 하나인 신다케(新岳)에서 '폭발적인 분화'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연기가 화구로부터 약 9천m 이상 치솟고 화구 주변으로 분석(噴石, 화산이 분출할 때 나오는 굳은 용암 조각이나 암석 파편 등)이 쏟아졌다.
또 화산쇄설물이 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화쇄류(火碎流)가 발생해 해안까지 도달했다.
다수의 화산 전문가들은 이번 분화의 경우 지하의 마그마가 상승하면서 마그마 자체가 분출된 이른바 '마그마 분화'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기상청 카메라에 포착된 당시 영상을 보면 분화 초기에 검은 연기가 뭉게구름과 같은 형태로 공중으로 솟아올랐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깔이 다소 옅어졌다.
기상청은 오전 10시 7분 '분화 경보'를 발령하고 '분화경계레벨'을 '3(입산규제)'에서 주민 피난이 필요한 '5'로 격상했다.
분화경계레벨 5가 발표된 것은 2007년 12월 일본이 분화경계레벨을 운용하기 시작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구치노에라부지마는 가고시마현 남쪽 해상의 야쿠시마(屋久島)에서 서쪽으로 12㎞ 떨어진 면적 38㎢의 섬으로 섬 전체가 야쿠시마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야쿠시마 당국은 구치노에라부지마 주민 등 약 140명에게 섬 밖으로 피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모든 주민이 여객선과 헬기 등을 이용해 섬을 벗어났다.
일본 정부는 총리관저의 위기관리센터에 관저 대책실을 설치했고 현지조사단을 파견했다. 자위대는 헬기와 초계기 등을 현장에 보내 상황을 확인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가고시마현 관계자는 72세 남성 한 명이 화쇄류에 의해 화상을 입었고 화상 부위가 전체 피부 면적의 3% 정도라서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본 기상청은 폭발력이 강한 분화나 대규모 분화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작년에 발생한 온타케산(御嶽山) 분화 때와 같은 참사는 피했으나 기상청이 이번 분화에 관해 적절히 대응했는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폭발적인 분화 이후에서야 분화경계레벨을 3에서 5로 올린 것은 사전 예측에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기상청은 4일 전인 25일 발표한 화산 해설 정보에서 '폭발력이 강한 분화나 규모가 큰 분화로 이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해놓고도 분화경계레벨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3으로 유지했으며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은 구치노에라부지마 정상에서 1km 범위 이내의 10곳에 설치된 지진계, 카메라 등 분화 관측 장비들이 작년 8월 3일 발생한 분화의 영향으로 데이터를 보낼 수 없게 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화산 활동의 영향으로 사람이 접근해서 수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구치노에라부지마에서 총 7차례 미미한 규모의 화산성 지진이 관측된데 대해, 기상청은 "(폭발적 분화의) 전조는 없었다"고 밝혔다. 구치노에라부지마에서는 작년 8월 분화 이후 화산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화산성 지진도 증감을 반복해왔다.
y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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