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성완종 리스트보다 무서운 이규태 리스트?

입력 2015. 5. 27. 09:33 수정 2015. 5. 27. 10: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우리 군의 방산 비리 파도 파도 끝이 없습니다. 통영함에서 시작해서 정옥근 전 해군참모 총장의 비리,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비리로 이어졌고 좀 잠잠해지나 싶더니 지난주에는 해상 작전 헬기 도입 비리가 이번 주에는 또 소해함 장비 도입 비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왜 이렇게 비리가 끊이지 않는지 국방부 출입하는 SBS 보도국 김태훈 기자와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태훈 기자 어서 오십시오.

▶ 김태훈 SBS 기자: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요즘 김태훈 기자가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있던데요. 사실 방산비리 표현이 좀 그렇지만 질릴 지경이에요. 정말 끝이없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발표 기다리고 있는 비리 또 남아 있을까요?

▶ 김태훈 SBS 기자:

있습니다. 방산비리 합수단의 의지에 따라서는 지금보다 더 큰 비리들이 쏟아질 수도 있습니다. 합수단들이 엠바고, 그러니까 보도 유예를 기자단과 합의하고 수사하고 있는 대형 방산비리들도 있는데 지금까지의 사건보다 무기의 규모부터 다릅니다. 사건 내용들은 대충 알고 있지만 엠바고라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이해해주시고요.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의 사건도 이미 많이 알려지기는 하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핵폭탄급 사건들이 많다고 알려져 잇습니다. 군과 정치권에서는 이규태 리스트가 터지면 성완종 리스트는 우습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돌고 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최근 세계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다 망라됐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고요. 그리고 감사원도 해군전력감사를 마치고 지상전력감사에 들어갔고 7월부터는 유도무기, 그러니까 미사일 같은 무기 개발과 도입과정을 들춰볼 예정입니다. 앞으로 방산비리는 계속 터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계속 터진다. 아니 이렇게 쏟아져 나오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뭔가 뿌리 깊은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겠죠?

▶ 김태훈 SBS 기자:

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나온 사건들을 보시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방산 비리, 방산 비리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무기 도입 비리입니다. 국산 무기를 개발할 때 발생하는 비리가 아니라 외국에서 무기나 장비를 사들일 때 발생하는 비리라는 뜻입니다. 방산 비리의 원조격인 1963년 율곡 비리는 미국에서 F16전투기 그리고 구축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성적이 높은 무기는 버리고 엉뚱한 무기를 들여오면서 벌어졌습니다. 이규태 일광공영 사건은 터키의 전자전 훈련 장비를 도입하다 생긴 비리고, 통영함도 미국의 수중음파탐지기 도입 비리, 그리고 지난주에 불거진 해상작전 헬기는 영국과 이탈리아가 합작 생산한 와일드캣이라는 헬기를 사들일 때 발생했습니다. SBS가 그제 보도한 소해함 소해 장비는 미국 물건입니다. 서방의 무기 메이저들이 가격정보는 숨겨놓고 무기상들이 중간에서 장난을 치면 군과 방사청은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듣고 보니까 방산 비리가 아니라 무기 도입 비리라고 해야겠네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무기도입 비리 발생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 김태훈 SBS 기자:

우선 ROC라는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요. '군작전요구성능' 이런 뜻이 ROC입니다. 육군이든 해군이든 공군이든 무기가 필요한 군이 작전에 맞는 무기의 성능을 정하는 기준입니다. 기밀 중의 기밀인데 그런데도 무기상들에게 이 ROC가 흘러갑니다. 군인들을 포섭하기도 하고 군피아를 무기 에이전시에 데려오기도 하고 기밀을 빼내오는 방식입니다. 무기상들은 그러면 ROC에 딱 맞는 무기를 찾아놨다가 사업공고가 뜨면 그때 들이밉니다. 말하자면 시험 문제와 답안지를 미리 빼돌렸다가 시험 보는 것과 비슷한 행태입니다. 더 심한 것은 무기상들이 전현직 장교들을 포섭해서 아예 ROC를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사실상 경쟁 입찰이라는 게 사라지고 완전 독점시장이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고 시험 보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뭐가 나올지. 이렇게 무기상들이 ROC를 미리 알고 주무를 수 있으면 가격 부풀리기는 아주 쉬운 일일 것 같은데요.

▶ 김태훈 SBS 기자:

독점 시장에서는 공급자가 주도하지 않습니까. 무기 공급업자가 부르는 게 값입니다. 무기상들이 어처구니없는 가격을 부르면 방위사업청이 걸러내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 비리를 보면 터키의 공군전자전 훈련 장비 EWTS의 적정 가격은 500억 대인데 이 회장 측은 두 배를 부풀려서 천억 원 대의 가격을 불렀습니다. 터무니없는 가격이지만 방위사업청은 천억 원이 비싼 건지 싼 건지 잘 구분을 못 했습니다. 가격을 검증하는 직원의 전문성이 없기 때문인데요. 무기라는 것이 정가도 없고 해외에서도 비밀리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서 전문가가 아니면 적절한 가격을 알기 어려운데 방위사업청은 그런 전문가를 육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전문가를 육성하면 되잖아요?

▶ 김태훈 SBS 기자:

쉬운 방법 같은데 당사자들한테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무기업체에 취업하는 군인들이 문제가 되고 방사청 직원들이 비리에 가담하니까 보직 순환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을 제1대책으로 삼았습니다. 무기상과 친해질 틈을 안 주기 위해서 직원들을 한 자리에 오래 앉혀 두지 않는 방법입니다. 군피아를 비판하는 여론이 워낙 강하니까 군피아 막는 데에 주력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문가 양성은 더욱 힘들어지게 됩니다. 군인과 무기상들의 은밀한 접촉을 감시하는 장치를 만들고 동시에 가격 탐색 전문가와 가격 검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욱 시급한 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것 참 문제네요. 전문가는 만들어야 되겠는데 한 자리에 오래 있게 하면 뭔가 비리가 개입될 수도 있고. 그런데 비리는 무기 도입 사업에서 생기고 국산 무기 개발에는 거의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해외 도입 무기나 국내 개발 무기나 같은 무기인데 국산에서는 별다른 비리가 안 생기는 이유 이건 뭘까요?

▶ 김태훈 SBS 기자:

방위사업청은 미국 메이저 업체에는 을이지만 국내 개발 업체에는 갑입니다. 국내 업체는 잠시 한 눈 팔아서 실수하면 부정당 업체로 지정되고 무기 장사를 못하게 됩니다. 부정을 저지르기가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외국 메이저들은 에이전트들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하면 에이전트 꼬리만 자르면 되는데 국내 업체들은 무한 책임을 집니다. 우리나라 관공서들이 다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시쳇말로 가격 후려치기를 잘 합니다. 그래서 무기 개발비가 후하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빼돌리고 말고 할 돈이 없습니다. 우리 방산 기업들은 무기 생산 후발주자들이기 때문에 축적된 기술도 없고 해서 같은 무기를 개발하더라도 외국 메이저보다 돈이 많이 들고 정부로부터 받는 돈은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무기 개발 과정에서 비리가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작년 초인가요? 국방기술품질원이라는 기관에서 국산 무기 부품 수천 개의 공인시험 성적서 위조된 거 적발한 적이 있지 않나요?

▶ 김태훈 SBS 기자:

▷ 한수진/사회자:

이것도 일종의 방산 비리 아닌가요?

▶ 김태훈 SBS 기자:

방산 비리이긴 방산 비리인데 좀 성격이 다릅니다. 기품원, 국방기술품질원 기품원이 작년 3월에 공인시험 성적서 위변조 2,749건을 적발했습니다. 대단히 유명한 헬기입니다. 국산 수리온 헬기 K-2전차, K-9자주포, K-21장갑차 국산 무기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시험 성적서를 가짜로 만든 것입니다. 비리라면 비리인데 정부 기관의 황당한 요구가 빚은 코미디 같은 일입니다. 예컨대 볼트 너트 10만원 어치 납품하는데 공인시험성적서 떼는 비용이 20만 원이 넘습니다. 그리고 장갑 손목에 들어가는 고무줄에도 시험성적서를 보내라고 하니까 대형 방산 기업 직원들이 고무줄 만드는 업체 직원 사정 봐주느라고 스스로 위조 시험성적서를 만들다 적발됐습니다. 이런 웃지 못 할 경우들을 모아모아서 2,749건을 만들었습니다. 기품원의 과도한 욕심 때문에 국내의 영세 부품 업체들이 지금까지도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측면이 있군요. 그런데 억울한 측면들도 분명 있겠고 또 그런 쪽도 있겠지만 방산 비리는 분명히 실체가 있고 국방을 좀먹는 일이니까 어떤 식이든 대책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김태훈 SBS 기자: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고 국방부와 육해공군 방사청이 머리를 싸매고 찾고 있습니다. ROC 보완 잘 지키고, 군피아 근절하고, 무기가격 계산 잘하고 그런 대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과 군검찰 감사원 이런 감시 기관들이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해야 일벌백계가 되는데 그게 어렵습니다. 방산비리를 적폐다, 그러니까 쌓이고 쌓인 폐단이라고 하는데 잘 따지고 보면 방산 비리는 적폐가 아니라 은폐된 비리들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적폐가 아니라 은폐된 비리다?

▶ 김태훈 SBS 기자:

네. 유명한 이규태 비리,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비리. 이규태 비리는 이미 7,8년 전에 다 밝혀졌고요. 정옥근 사건은 3,4년 전에 이미 다 밝혀진 사건이었습니다. 정옥근 비리는 민간검찰과 군검찰이 2011년에 사건을 수사하다가 덮어버렸고, 이규태 비리는 아직 사업도 시작하기 전인 2007년에 국회 국정감사에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지만 감사원은 꿈쩍도 안 했습니다. 죄를 저질렀는데도 처벌받지 않으니까 비리는 또 생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어찌 보면 민간검찰과 군검찰 감사원 모두 방산 비리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방산 비리가 나오면 정말 일벌백계 하는 심정으로 제대로 처벌을 해야 되는데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또 근절되지 못했다는 말씀이시고요. 그러다보니까 첫머리에서 그런 말씀하셨죠. 이규태 리스트 터지면 성완종 리스트는 우습다, 그런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고요. 계속해서 이런 방산 비리 터진다고 하니까 이번에는 또 얼마나 제대로 밝혀내는지 또 어떻게 처벌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짧게 한 말씀 여쭐게요. 사실 방위사업청이라는 게 방산 비리 없애자고 만든 거잖아요. 요즘 같으면 다시 없애야 하는 거 아니냐, 있으나 마나 한 거 아니냐, 이런 얘기들도 나오더라고요.

▶ 김태훈 SBS 기자:

정부 여당 쪽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만 방위사업청이 그래도 방위사업청은 물건을 사는 기관이거든요. 물건을 사기에 앞서서 어떤 물건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군이 제대로 된 물건을 ROC 같은 걸 잘 정해주고 하게 되면 방위사업청에서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게 될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 보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SBS 보도국 김태훈 기자였습니다.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