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매출 0원 회사가 발전소 '딱지장사'로 주가 7배 올려

이재덕 기자 입력 2015. 5. 26. 21:56 수정 2015. 5. 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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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권덩어리 전기사업

▲ 동양파워 ‘폐광 발전소 개발’ 정부 전력계획 포함되자 포스코, 4311억원에 인수

▲ 정부, 민간 전기 고가 매입 대기업엔 ‘황금알 낳는 사업’

강원 삼척 ‘동양파워(현 포스파워)’의 석탄화력발전소 예정지는 옛 동양시멘트의 석회석 광산 부지였다. 동양그룹 자회사인 ‘동양파워’의 자산은 2012년까지만 해도 동양시멘트가 넘긴 폐광산 부지 값(247억원)을 포함해 275억원이 전부였다. 매출액은 ‘0원’이었고, 31억원의 영업손실 상태였다.

하지만 정부가 2013년 1월 발표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3~2027년)에 이 회사가 추진해온 2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동양파워 1, 2호기가 포함되자 회사가치는 급등했다. 사업권 가치만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자금난을 겪던 동양그룹은 동양파워를 매물로 내놨고, 포스코에너지가 4311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포스코는 1주당 5000원이던 동양파워 주식을 주당 3만6500원에 사들였다. 동양그룹은 폐광산 부지와 ‘발전소 딱지’(사업권)만으로 7배 넘는 장사를 한 것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름 한줄 올린 대가는 이처럼 막대했다.

정부가 화력발전 시장을 민간에 개방한 뒤로 대기업들은 막대한 이윤이 보장되는 ‘땅짚고 헤엄치기’ 사업을 벌여왔다. 이명박 정권 말기 6차 전력수급계획안 발표를 열흘 앞두고 SK, 동양파워, 삼성물산 등이 신규 발전사로 선정되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동양파워 모회사인 동양그룹은 1주당 1210원(2013년 1월18일)에서 1595원(1월22일)으로 나흘 만에 30% 넘게 뛰었다. 동부하슬라파워 1, 2호기 사업권을 따낸 동부건설도 1주당 3965원(1월18일)에서 4555원(1월21일)으로 급등했다.

포스코가 원가의 7배에 발전소 사업권을 사들이고, 사업권을 따낸 기업가치가 폭등하는 것은 발전사업이 막대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자회사들이 생산한 전기에 대해서는 할인율을 적용해 낮게 매기는 대신 민간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가격은 높게 쳐줬다. 2012년 한전 자회사의 유연탄 발전단가는 1kwh당 64.48원인 반면 민간발전사는 1kwh당 157.94원으로 2.5배였다. 이익이 과다하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내년부터 민간 화력이 생산하는 전기의 매입가격을 약간 낮추기로 했지만 수익성 보장구조는 유지된다.

발전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다 보니 허가가 불투명하게 이뤄졌고, 로비의혹도 불거졌다. 감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발전사업자 선정 실태’를 보면 동부하슬라파워 1, 2호기(강원 강릉)는 강원 신태백 변전소가 수용할 수 있는 발전용량을 초과하는 상황인데도 허가를 내줬다. 동부하슬라파워의 전기를 사용하려면 경기 신포천 변전소로 우회해야 하는데 182㎞의 송전선로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 동양파워는 심사과정에서 ‘용수확보’ 항목이 전문가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았지만, 외부 평가위원들이 최고점인 2.5점을 주는 바람에 선정됐다. 외부 평가위원들이 평가·채점할 시간은 25분에 불과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사전에 적어준 점수를 그대로 주는 일이 벌어졌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대기업 수익보장을 위해 발전소 허가를 마구잡이로 내주고 발전단가도 높게 책정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3년 2월에 민자발전소를 대폭 확대해줬다는 점은 이런 의혹을 짙게 한다. 전력 설비예비율을 22%로 과다하게 높게 잡은 것도 발전수요를 늘려 대기업에 사업기회를 주려는 차원 아니냐는 의문도 여전하다. 이런 발전소 허가잔치는 결국 전기 과잉공급으로 귀결됐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대기업에 수익을 보장해주고 발전시장에 참여시키는 전력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녹색당 공동기획>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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