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주의보 속 대구.. '대프리카' 진풍경

김태규 입력 2015. 5. 26. 15:35 수정 2015. 5. 2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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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김태규 강덕우 기자 = 알베르토 카뮈가 쓴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태양이 눈부셔서 방아쇠를 당겼다.

올들어 두 번째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대구는 26일 소설 속처럼 살인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살인적인 더위'로 몸살을 앓았다.

대구는 여름 최고기온이 38도를 웃도는 대표 혹서지역이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무더위가 정평이 나 있다.

온도계의 숫자가 32도를 가리 킨 오후 2시. 평소 여행객들로 붐비는 동대구역 주변에는 뙤약볕이 내려쪼였다. 태양이 머리 위로 짧게 뜬 탓에 건물에 기댄 자연 그늘도 그만큼 키가 줄었다.

역사를 오가는 승객들은 그늘을 찾아 건물 주변으로 바짝 붙어 걸었다. 손부채를 만들어 내저어봤지만 소용없었다. 더운 공기만 얼굴 주위를 맴돌다 이내 흩어졌다.

사람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은 얼굴과 목줄기를 타고 옷 속으로 줄기차게 흘렀다. 손에 든 음료수는 평소보다 빨리 없어져 얼음 빨리는 소리만 요란하게 났다.

역사를 찾는 승객들은 선글라스와 반바지, 슬리퍼 차림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무더위를 피했지만 본격적인 세를 과시하는 태양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었다.

아직 엄마 품이 그리운 아이는 더위를 이유로 내려놓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한듯 연신 칭얼댔다. 엄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달려드는 아이를 떼어 놓느라 여념이 없었다.

택시들은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 놓고 손님들을 유혹했다. 줄지어 늘어선 택시들이 차 밖으로 뿜어내는 열기 탓에 주변은 더욱 더워보였다.

전북 임실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전지휘(29) 병장은 말년 휴가를 나와 동대구역을 찾았다. 경북 영천의 집까지 가기 위해 동대구역에서 버스를 갈아탄단다.

역사를 빠져나오자마자 음료수 자판기로 향한 그는 "작년 11월 이후 6개월 만에 나온 휴가인데 벌써 여름이 됐다"며 "대구가 무더위로 유명한 줄 알았지만 이렇게 더울 줄은 몰랐다"고 손사래를 쳤다.

출장차 대구를 찾았다는 회사원 최모(38)씨는 "덥다고 해서 얇은 옷을 입고 왔는데도 소용없는 것 같다. 빨리 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동대구역 광장에 마련된 풍기인견 특별전 부스에서는 손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지만, 눈길을 주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동대구역 환승센터 공사장에서 근무하는 건설 노동자들은 32도가 넘어서자 일손을 놓고 그늘을 찾아 쉬었다.

한 인부는 "이렇게 찜통 더위가 이어지면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안전모 속 땀을 닦아냈다.

역사 내부는 상대적으로 시원했다. 내리쬐는 햇빝 정도만 피할 뿐이었는데도 청량감이 밀려왔다. 안쪽에 자리한 커피전문점에는 손님들의 음료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얼음 분쇄기가 바쁘게 돌아갔다.

승객을 위해 마련된 '스마트 아쿠아리움'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인공 물고기들이 느릿느릿 헤엄치고 있었다.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아쉬운대로 가짜 수족관 속 물고기들을 보며 더위를 달랬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을 찾은 시민들도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곳곳에 등산복 차림으로 장기를 두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공원 곳곳에 위치한 분수대에는 아직 물이 나오지 않아 시민들은 벤치에 앉아 메말라 있는 연못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몇 시민들은 소풍을 나온 듯 나무 그늘 밑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간식을 먹고 있었다.

송모(67·여)씨는 "매일 공원에 산책을 나오는데 오늘은 너무 더워서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이라며 "지난 주말부터 조금씩 더워져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56)씨는 "보통 6월말이 돼야 이정도로 더운 것 같은데 오늘은 평소 5월에 비해 훨씬 덥다"고 말했다.

한편 인근 음식점에도 냉면과 막국수를 하는 음식점이 손님들로 붐볐다.

한 막국수집을 찾은 이모(29·씨)는 "날씨가 더우니 차갑고 시원한 음식이 생각나 회사원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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