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고 버젓이 음주, '고딩' 호프집 된 대학축제

신현식|이재원 기자|기자 2015. 5. 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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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차림 고교생도 버젓이 '캠퍼스 음주'.. 신분증 확인절차 없는 사각지대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이재원 기자] [사복차림 고교생도 버젓이 '캠퍼스 음주'… 신분증 확인절차 없는 사각지대]

#"내일 아침에 학원 보충수업 있는데…" "우리 술 먹는거 불법은 아니지 않아? 처벌까진 안 받을걸…"

지난 22일 밤 축제 분위기가 물씬 달아오른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를 찾은 10여명의 사복 차림의 고등학생들은 이 같이 말하며 한 칵테일 매대에서 나눠주는 시음용 보드카를 받아 마셨다.

이내 상기된 얼굴로 캠퍼스를 활보하던 이들은 아예 한 동아리 주점에 들어가 자리를 잡더니 소주와 맥주 등을 시켜 마셨다.

축제 시기를 맞아 각 대학이 연예인 공연·주점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 가운데 중·고등학생들이 축제에 끼어 음주를 하는 등 일탈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시내 유명 대학 축제 현장을 취재 결과 캠퍼스 곳곳에서 미성년자들의 음주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지난 20일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 캠퍼스의 건물 뒤편에서 교복을 입은 채 친구들과 맥주를 나눠마신 A군(18)은 "인근 고등학교에서 인기 여자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보러 친구들과 왔다가 충동적으로 맥주를 사서 마시게 됐다"며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주점의 메뉴는 너무 비싸 주점근처에서 한 잔에 2000원에 판매하는 맥주를 샀다"고 말했다.

A군은 또 "나는 교복을 입고 있어 사복을 입은 친구들이 대신 맥주를 사왔다"며 "구입하는 과정에서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미성년자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 캠퍼스에서는 교복을 입은 여고생 4명 가량이 일행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대신 구입해준 칵테일을 계단에 앉아 마시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 대학 캠퍼스의 한 학과 주점에서 만난 고등학생 B군(17)은 "어느 주점을 가든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는다"며 "지인이 있는지의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B군은 "작년 축제에도 참여해 이렇게 놀았지만 아무도 뭐라고 지적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올해는 헌팅(합석)을 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주점 관계자는 "고등학생이 주점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손님이 오면 지인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없을 경우 신분증 확인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축제 분위기 속에서 이를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학 축제에서의 미성년자 음주를 막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음주를 확인하려면 주점에 직접 들어가 의심되는 이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해야 한다"며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있어도 축제 분위기 속에서 다짜고짜 주점에 들어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경우 항의만 받기 십상이라 단속이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또 이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음주를 하는 것을 적발해도 이를 처벌할 법령이 따로 있지 않다"며 "오히려 이 경우에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주점 측에 책임이 있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최 측에서의 확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현식 기자 hsshin@mt.co.kr, 이재원 기자 jayg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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