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10년.. 퇴행성관절염이 왔다

이현진 2015. 5. 9. 10: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엔딩크레딧⑨] '무한도전' 장용대 카메라감독 "녹화 끝나도 카메라 끄지 않죠"

[오마이뉴스 이현진 기자]

우리가 보는 화면 밖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타와 작품을 위해 카메라 뒤에 서는 숨은 공신들을 조명합니다.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세요. <편집자말>

 장용대 카메라감독은 2006년 <무한도전> 스태프로 참여해 올해로 10년째 함께하고 있다. 출연자들이 녹화 중에도 심심하면 "용대야" 불러대는 통에, 카메라 뒤에 있음에도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꽤 익숙한 존재다.
ⓒ 장용대
등산복을 즐겨 입지만, 등산은 하지 않는다. MBC <무한도전> 장용대 카메라감독에게는 그저 일하기 편한 복장일 뿐이다. 이 전형적인 스태프룩 때문에 식스맨 프로젝트 당시 '패션왕'에서 '패션쓰레기'로 뽑힌 그는 미어지는 카디건과 찢어질 듯한 마바지를 입고 현대 도시남성으로 거듭나고자 했다. 비록 "잘 차려입은 건달" "구마적"이란 평가를 받으며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 공식을 다르게 증명하고 말았지만.

패션왕의 조언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지난 4일 만난 장 감독은 등산복 차림이 아니었다. "그 방송이 나갈 때 30분 동안 핸드폰을 못 만질 정도로 지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운을 뗀 그는 "전국적으로 쓰레기가 됐지만...재밌었다"고 웃었다.

"내가 뭐라고 인터뷰를 다 하냐"고 멋쩍어했지만, 장용대 감독은 올해 10주년을 맞은 <무한도전>의 산 증인 중 한 사람이다. "25살에 시작해 35살이 됐다"니 청춘을 보낸 셈. 2007년 무인도 특집과 이번 무인도 2015 특집 사이 달라진 게 있다면, 막내에서 카메라를 총괄하는 중심으로의 자리 이동이다. 그리고 온몸과 얼굴로 맞은 세월의 풍파. 그는 "10년 전 방송을 다시 봤는데, 형들이 많이 늙었더라"고 말했다. 

"카메라 감독 섭외, <무한도전>이라면 다들 절레절레"

 스킨스쿠버 자격증이 있는 장용대 감독은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뿐 아니라, <색즉시공2> <폭풍전야> <해운대> 등 영화의 수중촬영에도 참여했다.
ⓒ 장용대
장용대 감독은 한국영상대학교 TV촬영조명과를 졸업하고 방송촬영 전문업체 씨팀(C-TEAM)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19살부터 시작한 스킨스쿠버 덕분에 MBC <일밤> 수중촬영 기회를 얻었고, 2006년 <무한도전>과도 연을 맺게 됐다.

주로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해오며 최근에는 < K팝스타 > <복면가왕> <유자식 상팔자> <님과 함께> 등 다른 일로도 바쁜데, 아무래도 10년지기 <무한도전>은 그에게 남다르다. 예능 추격전의 시초라 불리는 만큼 수없이 뛰어다녀야 했기에 수월한 적이 없었지만, 특별히 힘들었던 촬영으로 2008년 좀비 특집, 2009년 뉴욕 특집과 2010년 프로레슬링 특집 같은 장기 프로젝트를 꼽았다.

"좀비 특집은 준비를 되게 많이 했어요. ENG 카메라만 15대를 투입했는데, 너무 허무하게 끝나서 아쉬웠죠. 뉴욕 특집 때는 비행기에서 12시간 잔 이후 현지에서 1주일간 하루에 1시간 정도 잤나? 촬영 끝나고 들어오면 또 촬영 준비하고...김태호 PD님에게 제발 배터리 충전할 시간을 좀 달라고 할 정도였어요. 또, 프로레슬링 특집처럼 장기 프로젝트는 촬영기간이 1년 이상 되니까 출연자도 스태프들도 지치죠.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봅슬레이 특집이에요. 당시 형들(출연진)이 30대 후반이었는데, 처음엔 이 아저씨들이 해낼 줄 몰랐어요. 선수들도 어려워하는 스포츠잖아요. 마지막에 멤버들이 부둥켜안고 우는데, 그땐 정말 울컥하더라고요."

뒤통수만 찍을 순 없으니 멤버들보다 한발 앞서서 2~3kg 무게의 카메라를 짊어지고 뛴 지도 10년이 넘었다. 몸 여기저기엔 직업병이 생겼다. 한쪽 어깨가 쳐졌고, 무릎에는 퇴행성관절염이 왔다고. 장용대 감독은 "스태프가 더 필요해서 카메라감독을 섭외할 때 <무한도전>이라고 하면 다 안 한다고 할 정도로 '빡센' 프로그램"이라며 "<무한도전> 촬영 전날은 웬만하면 술도 안마시고, 컨디션 조절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유)재석이 형이 <무한도전>에서 잘 뛰어다니기 위해 운동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 형은 오히려 10년 전보다 체력이 더 좋아졌어요. <런닝맨> 이후로 뛰는 게 달라서 재석이 형 촬영하려면 힘들어요. (웃음) 항상 상황을 만드는 진행자니까 긴장을 놓을 수 없기도 하고요. 저희도 멤버들 따라 뛰면서 꾸준하게 오래 버티려면 체력 관리를 잘 해야죠."

"지금은 없는 '그 녀석', 호흡 제일 잘 맞았는데..."

멤버를 한 명씩 맡아 촬영하는 방식의 <무한도전>에서는 특별히 더 친해지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 장용대 감독이 가장 오래 담당했던 이는 지금은 없는 '그 녀석' 노홍철이다. 마치 '볼드모트'처럼, 부르면 안 될 것 같은 그 이름에 우리는 잠시 숙연해졌다.

"누가 누구를 맡아 촬영한다는 정해진 룰은 없어요. 스태프마다 끌리는 멤버가 있는데, 저는 주로 홍철이 형을 따라다녔죠. 오래 호흡을 맞추니까 서로가 서로를 잘 알아요. 제가 홍철이 형이 웃기는 타이밍을 잘 잡는다면, 홍철이 형은 제가 힘들어 보일 때 손으로 슬레이트를 쳐줬죠(촬영을 잠시 끊는다는 의미). 워낙 친해서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요."

 장용대 감독은 예능판에서 꾸준히 버텨온 이유에 대해 "빠르게 돌아가는 속도감이 좋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그의 개인적인 '도전'은 드라마 촬영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 장용대
<무한도전> 스태프라고 하면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게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 그러니까 방송에 드러나지 않는 멤버들의 본색이다. 이를 테면, '유재석은 실제로도 착한지?' '박명수는 진짜 까칠한지?' 가장 많이 묻는단다.

그 중 박명수를 두고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답한 장 감독은 "항상 먼저 와서 인사해준다. 까칠하게 인사해서 그렇지"라고 웃으며 "사실 <무한도전> 멤버들은 방송과 실제의 차이가 크지 않다. 어쩌면 뒷모습까지 다 노출이 되는 방송이다"라고 말했다. 또, 수장인 김태호 PD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큰 소리 내는 걸 10년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그래서 오히려 더 조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태호 PD가 스태프들에게 주문하는 게 있어요. 슬레이트 치기 전부터 카메라를 먼저 돌려야 하고, 녹화가 끝나도 카메라는 마지막까지 끄면 안돼요. 멤버들이 다 모였을 때 전후로 나오는 상황들이 재밌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냥 <무한도전> 현장은 계속 방송중이라고 보시면 돼요.

사실 한명씩 개별 촬영하니까 찍으면서도 '과연 이게 재밌을까' 불안할 때가 있어요. 근데 역시 '<무한도전>의 힘은 편집'인 게, 방송 보면 재밌더라고요. 멤버 한명 한명이 웃기다기보다 다 모였을 때 나오는 재미가 있어요. 돌아이도 있고, 독재자도 있고, 선한 사람도, 바보도 있잖아요. 여러 가지 상황이 합쳐졌을 때의 매력 덕분에 장수하는 것 같아요."
○ 편집ㅣ이미나 기자

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 자발적 유료 구독 [10만인클럽]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 모바일 앱 [아이폰] [안드로이드]
☞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