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잇따르는 'ATM 카드복제기 설치 범죄'..고민커지는 은행들

남민우 기자 2015. 5. 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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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 투입구에 카드 복제기를 몰래 설치하는 신종 범죄가 한달에 한번 꼴로 발생하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피해 금액이 크지 않았지만 ATM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모방 범죄도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이 파악하고 있는 ATM 카드복제기 설치 범죄는 총 3건이다. 지난 2월 중국 동포 고모(20)씨가 서울 금천구 가산동 쇼핑몰 단지 근처에 있는 기업은행 ATM 투입구에 카드 복제기를 설치했다가 한 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3월 16일에는 수협은행의 ATM에서도 카드 복제 시도가 있었다. 4월 27일엔 우리은행 명동역 지점 ATM 투입구에 카드 복제기가 부착된 것이 발견돼 고객의 신고로 약 40분만에 철거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평판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점을 감안할 때 카드 복제기 설치 사례는 이 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피해 금액이 크지 않아 은행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경우 피해금액은 30만원이었으며 수협은행은 10만원 이내, 우리은행은 고객의 빠른 신고로 피해 금액이 없었다.

ATM 투입구에 카드 복제기를 부착해 카드 정보를 빼내는 수법은 중국에서 2~3년 전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복제기 근처에 몰래 카메라도 설치해 고객이 ATM 터치스크린에 입력한 비밀번호를 촬영해 알아낸 뒤 복제기를 통해 확보한 카드 정보로 고객 돈을 몰래 빼내는 방식이다.

경찰은 카드 복제기 설치 용의자 대부분이 조선족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카드 복제기만 있으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범죄라 모방 범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밴(VAN)사, ATM제조사,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등과 태스크포스를(TF)를 꾸리고 3월말부터 4월 초 사이 세 차례 회의를 열었다. 당시 은행들이 내놓은 대책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 ATM 옆에 카드 복제기 모양을 알려주는 경고문(혹은 경고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ATM 초기 화면에 카드 복제기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을 띄우기로 했다.

둘째, 카드 복제기가 주로 네모난 모양의 구형 ATM 투입구에 설치됨에 따라 투입구 모양을 신형 ATM 처럼 동그란 모양으로 바꾸는 것이다. 일부 은행들은 ATM 투입구에 카드 복제기를 붙이면 경고음이 울리는 장치를 부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을 내놨음에도 일부 은행들은 범죄 예방 대책을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ATM 카드 복제기가 설치됐던 우리은행 명동역 지점 주변의 은행 ATM를 살펴본 결과,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1곳에만 경고 문구를 부착했고 신한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외환은행은 고객들에게 카드 복제기의 위험성을 알리는 문구를 게재하지 않았다.

은행들이 내놓은 대책이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ATM 투입구를 신형 ATM 처럼 동그란 모양으로 바꾸더라도 이 같은 모양에 맞춘 카드 복제기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는 ATM에서 카드 복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 연구소 몇 곳과 협의중이지만 상당수 은행들은 비용 부담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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