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판사 원래 유명해"..'막말 판사' 논란 점입가경

차성민 2011. 5. 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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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차성민 기자 =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가사 재판 과정에서 "입은 터져서…"라는 표현을 쓴 막말 판사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막말 논란에 이어 재판기록 감정적 폐기, 법관기피신청 과정 개입 등 각종 논란이 겹친 탓이다.◇"돈만 있었어도, 이런 서러운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

지난 24일, 가사 재판을 진행 중인 A(39·여)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자신의 가사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로부터 막말 등 인격모독을 당한 사실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다.

A씨는 판사의 강압적인 재판을 더이상 참을 수 없어 '법관기피신청'을 낸 상태다. A씨는 가사 재판 과정에서 B(여)판사로부터 "당신이 어머니냐, 입은 터져서 아직도 계속 말이 나오냐" 등의 막말로 인격 모독을 당했다는 이유로 서울고등법원에 '법관기피신청' 항고장을 지난 20일 접수했다.

A씨는 "내가 돈이 있어 변호사를 선임했으면, 이런 서러운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법관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1인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관기피신청, 해당 판사가 타부서에 먼저 제안"

25일 인천지법과 민원인 A씨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일 인천지법에 '법관기피신청'을 제출했다.

법원은 '법관기피신청'에 대한 각하 결정을 13일이 지난 16일 내렸다. 5월13일 사건을 타부서로 '재배당'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A씨가 법원의 각하 결정 전에 B판사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받았다는 것.

뉴시스가 입수한 A씨의 휴대전화 녹취록(공증=열린컴퓨터속기사무소)에 따르면, B판사는 '법관기피신청'이 각하되기 하루 전인 12일 오후 2시께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직도 1인 시위하는 곳에 계시나, 제가(판사) 타부서로(사건을) 넘겼다. 연락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옮겨가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아마 연락은 안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B판사는 인천지법이 재배당을 결정한 당일인 13일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제가 기피 신청 기록을 본 것은 금요일(5월6일)이다. 그래서 타 부서 판사에게 부탁을 드려 월요일(5월8일)날 바로 재배당을 했는데, 그게 결제가 나야 되는데 아직 진행 중인것 같다"고 타부서 재배당 개입을 시인했다.

민원인 A씨와 B판사와의 통화 사실을 비춰보면, B판사는 재배당 결정나기 전에 타부서 판사에게 해당 사건 재배당 개입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재배당 결정권은 법원장이나 수석부장판사에게 있으며, 당사자인 해당 판사는 이런 행위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에 결정권을 가질 수 없다.

인천지법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배당은 법원장이나 수석부장판사가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해당 판사가 개입했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변호사들 "권위적이며 고압적, 이런 날이 올 줄…"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변호사들은 "막말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B판사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C씨는 "변호사들과 판사 사이에는 여전히 '기싸움'이 존재하고 있으며, 해당 판사는 인천지법 대다수 판사와 다르게 권위적이어서 재판 과정에서 원고, 피고는 물론 변호사들까지 대놓고 무시하기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현재 학익동 법조타운에 소문이 파다하다"며 "B판사와 재판을 진행했던 변호사들이라면 그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변호사 D씨는 "일부 변호사들은 의뢰인들이 보는 가운데 해당 판사에게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다"며 "건방지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인천지역도 서울과 같이 '법관평가제' 같은 제도를 시행한다면 자정 능력이 강화돼 이런 논란이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천지법 "기피신청 과정에서 해당 판사 개입 없었다"

인천지법은 이른바 '막말 의혹, 재판기록 폐기 의혹, 기피신청 개입 의혹' 등은 사건 당사자의 억지 주장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인천지법 민성철 공보판사는 "민원인 A씨가 자신의 재판 과정에서 유리한 것들을 얻기 위해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언론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인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이상 재판 과정이 너무 알려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현재 A씨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막말 논란과 관련해서는 구두조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각종 논란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해당 판사는 현재 기본적인 해명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B판사는 이혼 소송을 제기한 A씨에게 "입은 터져서" "당신이 어머니인가"라는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물의를 빚은 바 있으며, B판사는 이에 대한 해명을 거부하며 공보판사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상태다.

csm7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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