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남기업·국회서 보낸 박스 4개에 임명·위촉장이 빽빽이 들어있었다"

정환보·구교형 기자 입력 2015. 4. 28. 06:01 수정 2015. 4. 2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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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도왔다는 '충청포럼 지부장' 인터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대선 때 사조직을 동원해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선진통일당 원내대표였던 그는 2012년 10월 새누리당과 통합한 이후 박근혜 캠프 중앙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2012년 대선 당시 충청포럼 지부장을 맡은 ㄱ씨는 2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사과 박스보다 큰 박스 2개가 두 차례 (지역에) 내려왔다"면서 "그 박스 안에 중앙선대위다, 조직본부다, 무슨 비전위원회다 해서 임명장·위촉장이 빽빽이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주색 표지로 된 임명장이 박스째 내려와 그걸 지역에서 다 소화했다"고 덧붙였다.

전직 충청포럼 지부장 ㄴ씨는 "적극적으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위해 뛸 만한 사람들한테 임명장을 주고 일을 시킨 것"이라며 "(성완종) 회장이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니까 밑에서는 설사 같은 마음이 아니다 하더라도 그쪽(박 후보)을 위해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2012년 세종시당 선대위 출범식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 합당 직후인 2012년 11월13일 새누리당 세종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가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박 대통령 왼쪽으로 김용환 새누리당 고문, 이인제 최고위원, 이완구 국무총리,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당시 중앙선대위 부위원장).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각종 위원회·본부 임원 임명·위촉장을 충청포럼 지역 지부로 내려보낸 '발신지'는 크게 두 곳으로 나뉘었다. 충청포럼 본부가 있는 서울 동대문구의 경남기업 본사 건물과 여의도 국회(새누리당)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 전 회장이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될 당시 점퍼에 들어 있던 메모지에 등장하는 명단 가운데 2012년 대선 캠프 관련 인사는 3명이다. 구체적인 금품 액수와 함께 이름이 기재된 홍문종 의원은 당시 박 후보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유정복 인천시장은 직능총괄본부장을, 서병수 부산시장은 당 사무총장 겸 당무조정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총동원 체제'가 가동되는 대선판에서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은 조직·직능·당무 세 직책 모두 '세 불리기'를 위해 발 벗고 뛰던 시점이다. 조직을 총동원하는 차원에서 충청포럼 전국 지부에도 수백개 이상의 '자리'가 만들어져 내려갔다는 정황을 엿볼 수 있다.

ㄱ지부장은 "당시 소문에는 새누리당에서 임명장 담은 박스를 컨테이너 20개 분량으로 찍었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역대 정권에서 선거 치를 때마다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충청포럼 지부 차원에서도 자발적으로 대학교수·박사 모셔서 강연도 열고 이웃돕기 같은 다양한 행사를 가졌다"면서 "성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산장학재단의 장학금 전달 행사도 함께 치렀다"고 말했다.

충청포럼 전국 지부는 평상시에는 유력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행사에 충청포럼 명의로 참석하며 성 전 회장의 정치활동을 지원하는 외곽 조직 역할을 했다.

<정환보·구교형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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