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더미 흩날리듯" 무너진 건물..네팔 지진 생존자 증언

이용성 기자 2015. 4. 2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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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80년만에 발생한 최악의 지진으로 사망자 수도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각) 생존자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나누 네팔리는 지진 발생 당시 '호텔 인'이란 이름의 카투만두 시내 호텔의 주방에서 일하고 있었다.

네팔리는 "처음에는 약한 지진이라고 생각했고 곧 지나갈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창 밖을 내다 봤을 때 호텔 맞은편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그 충격으로 호텔 건물도 심하게 흔들리면서 그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이어 호텔 천정이 무너지면서 네팔리는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고 손과 얼굴 부위에도 부상을 입었다. "그는 겨우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사방은 온통 공포에 질린 사람들로 가득했고 건물들은 온통 무너지거나 한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실제로 지진이 이어진 시간은 2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면서 "또 다른 지진이 있을까 두려워 밤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구급차 운전사인 찬데쉬워르 마하르얀은 카트만두 교외에서 환자를 이송하던 중 지진을 느꼈다. 그가 상황 확인을 위해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을 때 근처에 있던 큰 나무가 구급차 위로 쓰러지고 있었다.

그는 "차에서 곧바로 뛰쳐나오지 않았다면 나무에 깔려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격으로 거리에 나자빠진 사람들과 건물 잔해에 다리가 깔려 움직일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뒤로하고 살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심에 가책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고 괴로워했다.

간호사인 데비나의 부모와 오빠는 지진으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동료와 함께 건물 잔해에 깔린 4~5세로 보이는 소녀를 구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발견 당시 소녀의는엉덩이뼈가 부숴진 상태였고 부모는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스로 소녀를 구출했을 때 큰 충격을 받은 소녀는 점점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엄마랑 있고 싶어"란 말만 되풀이했다고 데비나는 전했다.

올해 32세인 바인데쉬워르 타망은 여섯살 난 딸 카비타와 함께 카트만두의 비샬 시장에서 쇼핑 중이었다. 그가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불과 몇 분 안에 시장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은 "카드더미가 흩날리듯"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혼란 중에 그는 의식을 잃었고 딸을 놓쳤고 정신을 차려보니 딸은 보이지 않았다.

딸의 이름을 부르며 사방을 헤맨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카비타가 건물 잔해 더미 사이에 기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딸을 구출할 수 있었다. 카비타가 처음 한 말은 "배고파"였다. 쇄골이 부러지고 얼굴과 팔다리 곳곳에 멍이 들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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