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출퇴근 - 주4일제.. 진화하는 탄력근무

2015. 4. 2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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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발달-여성인력 증가로 국내외 기업 '유연근로' 확산

[동아일보]

한라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올해 1월부터 근무시간을 본인이 선택하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오전 8시 반에 출근해 오후 6시 반에 퇴근하는 일반적인 근무 형태를 유지하다가도 급한 일이 생기면 전날 회사 시스템에 간단히 등록하고 다음 날 출퇴근 시간을 바꾸면 된다. 기존의 탄력근무제도가 보통 출퇴근 시간대를 변경하면 최소 3개월 혹은 6개월간은 유지하도록 한 것과 달리 하루 만에 바꿀 수 있다.

만도 관계자는 "종전에는 급한 일이 생기면 연차를 써왔는데 새로운 제도 덕분에 휴가를 충분히 쓰게 됐다"며 "과거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가 시행착오를 겪은 여러 기업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유행처럼 번지다 사라졌던 탄력근무제가 최근 부활하면서 '탄력근무제 2.0' 시대가 오고 있다. 과거에는 선진국의 기업문화를 일방적으로 모방했다가 사라졌지만 최근 산업 환경의 변화와 여성 인력의 급속한 증가 등 사회 변화에 맞춰 다시 등장한 것이다.

○ 삼성전자의 실험

13일부터 탄력근무제의 일환으로 자율출퇴근제를 전면 시행한 삼성전자는 1993년에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주도로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라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신경영 선언 직후 7·4제를 내놓고는 직원들의 변화를 요구했다. 아침에 집중근무를 하고 일찍 퇴근해 자기계발에 투자하라는 이른바 '아침형 인간'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내건 전형적인 제조업 기업의 실험이었다.

하지만 7·4제는 절반의 성공만을 거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출근시간만 오전 7시로 당겨지고 퇴근시간은 종전으로 회귀해 일하는 시간만 늘어난 탓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도입한 근무 시스템은 하루에 최소 4시간, 주당 40시간만 채우면 아침이든 밤이든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제조업 외에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삼성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근무 형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독일계 화학업체인 한국바스프는 개개인의 근무 자율권을 극대화한 '프리 워킹 아워(free working hour)' 제도를 올 초 전면 도입했다. 직원들은 출퇴근을 언제 할지 상사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다. 대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처리하고 최종 평가를 통해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는다. 하루에 몇 시간을 근무하든 본인 자유다.

○ '양날의 칼'인 탄력근무제

인사조직 분야의 전문가들은 최근의 흐름이 성장의 한계에 이른 국내 기업들이 인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고용을 고민하면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 근로자의 증가도 영향을 끼쳤다.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제는 가상 업무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 스마트폰 등 여러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등장으로 과거에는 회사가 통제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근무 형태가 통제 가능해지면서 나타난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의 일부 주(州)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는 탄력근무제를 넘어 주4일 근무제 등 직원들이 본인의 근무 스케줄을 결정하는 집약근무제와 같은 다양한 실험이 등장했다. 탄력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는 구글은 직원이 근무시간의 20%를 하고 싶은 일에 쓰는 이른바 '20% 프로젝트'를 활용해 G메일이나 구글어스와 같은 인기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탄력근무제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머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는 2013년 초에 탄력근무제의 하나인 재택근무를 전면 금지시켜 미국 사회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메이어 CEO는 "야후는 모든 조직이 팀 단위로 운영되는데 재택근무가 늘면서 직원들이 서로 만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기회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은 "탄력근무제는 여성들에게 '양날의 칼'과 같다. 매력적인 근무 형태지만 이를 주로 활용하는 여성 인력들이 직간접적으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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