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위헌심판 낼 것" 곽노현식 시간 끌기 전략인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신의 발목을 잡은 법조항(허위 사실 공표·공직선거법 250조 2항)의 위헌성을 다투기 위해 헌법재판소로 향하기로 했다. 그는 이 조항 때문에 지난 23일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조 교육감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해당 조항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지나치게 규제한다”며 “이 조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 측 관계자는 “이번주 안으로 1심에 대한 항소를 제기할 것이며, 2심 재판부가 정해지는 대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2심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해 2심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하게 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헌법소원을 낼 방침이다.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는 두 가지로 나뉜다. 자신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250조 1항)와 타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2항)다. 자신에 대한 것은 허위인 줄 명백히 알면서 하는 행위다. 그런데 1항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돼 있어 하한선이 없다. 이에 비해 2항은 7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돼 있다. 2항을 위반할 경우 법관이 재량으로 형을 줄인다고 해도 당선 무효형(벌금 100만원)보다 무거운 형을 받게 된다. 두 조항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게 조 교육감의 주장이다.
2심 법원이 조 교육감 측 신청을 받아들이면 항소심 재판은 헌재 결정 전까지 정지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간 끌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희범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사무총장은 “본인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왔다고 뒤늦게 헌법소원을 하겠다는 건 시간을 끌어서 임기를 보장받으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후보자 사후매수죄)로 징역 1년형이 확정돼 당선이 무효됐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도 1심 판결(벌금 3000만원)이 나온 지 8일 만에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 또는 상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헌재의 판단까지 기다리겠다는 전략이었다. 곽 교육감은 실제로 상고심까지 재판을 끌고 가면서 임기 4년 중 2년3개월 동안 교육감직을 유지했다.
조 교육감도 곽 전 교육감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이 문제 삼는 조항은 이미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났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 기간 중 이무영 전 의원(무소속·전주 완산갑)은 방송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에 대해 “북침설을 주장해 징역살이를 살았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당선된 뒤 법원으로부터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이에 이 전 의원은 “벌금형 하한이 지나치게 높아 형벌상 비례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냈으나 2009년 헌재 전원합의체는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허위 사실 공표죄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법정형을 규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었다.
글=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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