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의 중남미 4개국 순방, 무엇을 얻었나?

2015. 4. 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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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 16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이에 따른 국정 공백 우려를 뒤로 하고 중남미 4개국 순방길에 나섰다.

박대통령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하필 온 국민을 슬픔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대형 참사 1주기에, 그것도 현 정부 핵심인사 8명의 이름이 오른 성완종 리스트로 사상 초유의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 시점에 박대통령이 9박 12일 간의 장기 순방에 나서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라는 문제 제기가 진작부터 각계에서 터져 나온 참이었다.

박 대통령이 당일 팽목항을 방문했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의 거부로 헌화나 분향을 하지도 못했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단독 면담 일정으로 출발 시간을 세 차례나 변경한 끝에 오른 순방길이었다.

중남미 4개국 정상들은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발걸음을 한 박 대통령을 크게 환대했다.

콜롬비아의 후안 산토스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의 첫 방문국으로 콜롬비아를 선택한 것에 대해 "굉장히 현명한 판단을 하신 것"이라고 의미 부여를 하며 "양국이 함께 손을 잡을 때 시너지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도 "비행 시간이 20시간이 넘고 시차도 12시간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오신 대통령님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친구라는 것은 좋은 시기뿐만 아니라 어려운 시기에 처했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국내 문제가 논의되지는 않지만 이심전심으로 (박 대통령의) 사정을 아는 것"이라며 "중남미 4개국 정상들이 경쟁적으로 한국에, 박 대통령에게 잘 해주려고 했다" 말했다.

"우리와 협력하려는 중남미 4개국의 강한 의지는 박 대통령과 우리 순방단에 대한 예외적인 호의와 예우로 이어졌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국 주재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일하기도 했던 우말라 대통령의 페루는 박대통령의 도착 장면을 공영 TV를 통해 생중계하는가 하면, 박대통령의 독립 기념비 헌화 등 4차례의 행사에서 의장대가 우리말로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우말라 대통령은 특히 박 대통령이 칠레로 떠난 당일 밤 장근호 페루 대사를 불러 박 대통령 방문 성과에 대해 "만족했느냐"고 확인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브라질에서도 박대통령의 이동 과정에 경호 헬기를 띄우는 각별한 의전과 환대가 있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런 환대 분위기 속에 박대통령은 중남미와의 경제 교류협력 확대 등 실리 외교에 집중했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남미 4개국의 국가발전계획에 맞춰 우리 기업이 방위산업과 보건의료 신재생 에너지, 신 인프라 건설 사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각종 현대화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고. 지구 반대편 나라들과 교역을 확대하기 위한 전자상거래 등 물류 유통채널을 확보했다는 것을 성과로 들었다.

중남미 청년인력 진출의 교두보(K 무브 센터 설립)가 세워지고 땅이 넓은 이들 나라의 특성에 맞춰 12조원대 원격의료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도 성과로 제시됐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중소 중견기업이 이번 순방 기간 1대1 현지 상담회를 통해 7천억 원의 계약을 체결한 것도 박대통령 순방 외교의 신 모델로 평가됐다.

박 대통령이 콜롬비아에서 FTA의 조기 발효에 대한 약속을 받고, 칠레에서 체결 11년째인 한-칠레 FTA를 상황 변화에 맞춰 업그레이드를 하기로 합의하며, 브라질에서 한국과 메르코수로(남미경제공동체)의 협력 확대를 촉구한 것은 중남미와의 교류 협력 확대의 구조적 틀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적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순방 기간 박대통령이 편도선이 붓고 복통에 열이 많아 나서 매일매일 주사와 링거를 맞고 강행군을 했다"는 것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의 말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 대통령 몸이 불편하셨지만 이에 상관없이 정상회담과 오찬 만찬 등 각종 일정 과정 과정에서 당초 준비했던 것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100%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안종범 수석은 "중동에 이어 중남미에서도 경제 교류협력을 기대 이상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이번 순방은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시각으로 26일 오전 브라질 방문을 끝으로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청와대는 이번 중남미 순방을 '기대 이상의 성공'으로 자평했지만, 이 기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세월호 문제 등으로 35%로 떨어진 상황이다.(한국갤럽의 21-23일 조사)

박 대통령이 매일 링거까지 맞는 강행군을 통해 거뒀다고 하는 해외순방의 성과가 이완구 총리의 사의표명으로까지 확산된 성완종 의혹 등 국정 난맥상,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최대한 진정성있게 추모 위로할 것이라는 청와대의 당초 설명에도 불구하고 박대통령의 세월호 1주기 행보는 국민 대중의 공감을 시지못했다는 비판 등 국내 요인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는 관측이다

귀국길에 오른 박대통령 앞에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완구 총리 사퇴문제, 공무원 연금 개혁 등 쉽지 않은 국내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 29일 재보선 결과도 관심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속에 국정 추진 동력을 잃으면 박근혜 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 연금과 노동시장 구조개선 등 4개 분야 개혁 과제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순방 기간 동포 간담회에서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겨냥해 정치 개혁은 물론 사회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반복적으로 표명한 만큼, 귀국 후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27일 귀국한 뒤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전해졌다.

상파울루=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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