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돈다툼에 아이들 끌어들인 강남구..씁쓸한 세태

박아름 기자 2015. 4. 2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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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삼성동 한전 터에 새 사옥을 지을 현대자동차는 공공기여금이라는 돈을 내게 됩니다. 건물을 아주 높게 올려서 얻게 되는 개발 이익의 일부를 공공에 돌려주는 건데요, 조 단위가 될 이 공공기여금을 어디에 쓸지를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강남구에서 구민의 뜻을 모은다면서 서명을 받고 있는데 사정을 잘 모르는 중학생들까지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박아름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강남구의 한 중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이 교문 앞에 멈춰서 무언가를 작성합니다.

[얘들아 서명 좀 해주고 가.]

누군가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학부모 : (뭐하는 거예요?) 강남구 한전 부지에서 나오는 이득이 다른 25개 구로 나눠 간대요. 그래서 일단 강남구에서 먼저 사용하자고요.]

서울시는 공공기여금을 한전 터에서 송파구의 종합운동장까지 연결하는 광역 개발에 쓸 계획입니다.

강남구는 개발 과정에서 환경이나 교통 문제 같은 피해를 보는 곳은 강남구니까 강남구에 이 돈을 써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는 29일까지 구민들의 의견을 모아 서울시에 제출할 계획인데, 주민대책위원회가 서명자 수를 늘리기 위해 학교 앞까지 진출한 겁니다.

[주민한테도 받는데 애들한테 받으면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이런 내용을 제대로 알고 서명했는지 물었습니다.

[(무슨 서명인 줄 알아요?) 학생A : 잘 모르겠어요. 물 부족 어쩌고저쩌고?]

[(환경 피해 줄이는 거 아니에요?) 재개발 이익금 같은 거를 공공 이익이나 환경보전으로 쓰자고요.]

학교는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중학교 교직원 : 학교랑은 전혀 관련된 일이 없어요.]

[(학교에서 책상 갖고 나와서 하던데요?) 저희는 지금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누군지) 파악하는 부분은 SBS가 알아서 하셔야 할 부분 아닌가싶네요.]

주민대책위는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고 학생들도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장영칠/강남구 범구민 비상대책위 공동대표 : (공공기여금을) 취약한 학교 개선비로도 써야 하니까 (학생들한테) 그런 걸 설명하죠. 강남구 학교를 가보면 굉장히 낙후돼 있어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으면 서명하고, 읽어보고 이해를 못 한다면 서명을 안 하는 거죠.]

차분히 논의돼야 할 재원 배분 문제에 사정을 잘 모르는 어린 학생들까지 동원하는 세태가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 영상편집 : 장현기, VJ : 도진택)박아름 기자 ar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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