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자동차업계 지각변동..국산차 내수 방어 총력전

이호건 기자 입력 2015. 4. 25. 16:33 수정 2015. 4. 26. 10: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원래 국내 업계 1위부터 5위까지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산차가 독점했지만, 이 구도가 깨진 겁니다.

지난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2조 6천619억 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매출 2조 5천26억 원에 그친 한국GM을 제치고 현대차, 기아차에 이어 국내 3위에 등극했습니다.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역시 각각 2조 2천999억 원과 2조 2천4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르노삼성의 국내 매출 2조 1천25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수입차업체들이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다른 국산차업체들을 역전하고 있는 겁니다. 현대기아차는 부동의 1, 2위를 지키고 있지만, 역시 수입차 때문에 내수 점유율 70%가 무너진 지 오래로, 10개월 연속 60%대를 기록중입니다. 그만큼 국내 수입차업체들의 약진은 무서운 기세입니다.

잘 나가는 수입차를 보면 특징이 뚜렷합니다. 수입차 판매 1위 폭스바겐의 SUV 티구안, 그리고 티구안 전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BMW 520d, 최근 많이 팔리는 아우디 A6까지 모두 독일차면서 대부분 디젤차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판매되는 수입차의 70%는 폭스바겐과 아우디, BMW, 벤츠 같은 독일차들이고, 유종별로 봤을 때는 70%가 디젤차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일단 디젤차가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좋고 국산차들의 디젤엔진 기술이 상대적으로 독일차업체들보다 뒤처졌다는 게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차 약진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달라진 가격과 소비자 인식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동급의 차를 비교했을 때 국산차와 수입차 가격 차이는 많게는 6천만 원 이상 났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10년 전에 비해 수입차들이 가격을 훨씬 낮게 책정한데다 추가로 10~15%까지 파격적으로 할인 마케팅을 벌이다보니 가격 차이가 거의 천만 원에서 2천만 원대까지 좁혀진 겁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인식입니다. 과거에는 수입차 하면 당시 양담배와 비슷하게 일단 거부감부터 드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연예인이나 기업체 사장 아니면 수입차를 잘 타지 않았고, 수입차를 사더라도 주변에 숨기고 몰래 타는 경우도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젊은 세대에겐 이제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최근엔 급발진이나 에어백 미전개 같은 국산차에 대한 근거없는 오해와 반감이 더 많은 상황이죠. (급발진이나 에어백 미전개 의혹 사고는 수입차에도 있습니다. 국산차가 더 많아보이는 건 그만큼 국산차 판매량이 많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국산차업체들은 말 그대로 내수 방어를 위해 비상이 걸렸습니다. 현대차는 내수 시장 방어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자사 차에 대한 오해와 고객 불만이라고 보고, 아예 국내영업본부 건물 9층 복도 벽면에 '소통의 창'이라는 4개의 디스플레이를 설치했습니다. 이 화면에는 전국 고객센터와 영업 현장에서 접수된 고객들의 불만 사항들이 매일 업데이트돼 품질, 판매, 서비스, 마케팅 4개 분야로 표시되는데, 여기 올라온 민원을 실제로 반영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또 수입차 고객을 데려오기 위해 고객이 자신이 타던 수입차를 중고차전문업체 SK엔카 직영점에 팔면 현대차 신차 살 때 할인 혜택을 주는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GM 역시 국내 3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마이너스 할부'라는 파격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마이너스 할부'는 '무이자 할부'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으로, 할부로 차를 사면 이자를 안 받는 게 아니라, 아예 고객에게 매달 1% 정도씩 이자를 돌려주는 겁니다. 업계가 그야말로 내수 방어를 위해 사활을 건 셈인데, 연일 계속되는 수입차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국산차 업계의 이런 노력들이 과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이호건 기자 hogeni@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