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시아 부채문제 축소판"

2015. 4. 2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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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 채권 발행.대출 추이(단위: 조달러)

*청색: 채권, *적색: 대출

**자료: WSJ

아시아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에도 부채 증가 속도를 통제하지 못해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널은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금융위기 기간 채무를 급속히 늘려 이를 발판으로 성장했던 아시아 경제는 세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뒤에도 계속 빚을 늘렸다면서 이제 막대하게 불어난 빚이 이 지역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빚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숙취' 상태라고 저널은 빗댔다.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떨어뜨리고, 통화 평가절하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나 기업 모두 빚 줄이기에 골몰하고 있어 성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내수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임금과 물가 모두 정체 상태에 있어 채무 상환이 더 어려운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세계 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시어드는 "문제는 빚이 이미 너무 많다는 것"이라면서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려도 사람들이 돈을 빌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아시아 부채 문제 축소판

저널은 한국이 아시아 지역 채무문제의 축소판이라면서 대기업들의 외화대출로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큰 충격을 받았던 한국은 이후 가계 빚이 크게 늘면서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널은 매킨지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286%로 세계 20대 채무국 가운데 하나라면서 가계 부채 비율 역시 GDP 대비 81%로 미국괴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저널은 이어 한국 경제는 막대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올해 3% 넘게 성장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여력 역시 있지만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 소비자들이 빚을 갚느라 씀씀이를 줄이면서 물가하락, 즉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3월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16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또 정부가 금리인하와 통화평가절하에 나섰지만 수요는 살아나지 않았고,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려던 시도 역시 실패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도하기 위한 은행 주택담보대출 기준 완화, 최고가격 인상 등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해 4·4분기 가계 빚을 전년동기비 7% 가까이 끌어올리는 부작용만 낳았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도 채무 확대 지속

저널은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채무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고, 덕분에 금융위기 기간 채무를 늘려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세계 경제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판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위기가 끝난 뒤에도 채무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채무 증가 속에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함에 따라 정책 담당자들이 만족감에 빠져 상황을 오판했다는 것이다.

HSBC 아시아 경제 담당 리서치 공동 책임자인 프레드릭 노이먼은 "아시아는 신용과 값싼 돈에 중독됐고, 이는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 만족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전세계 채권 절반은 신흥시장에서 발행됐다. 또 신흥시장 채권 대부분은 아시아 지역에서 나왔다. 중국이 발행한 채권 규모만 전세계 물량의 3분의1에 이른다.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 부채 수준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보다도 높다. 특히 한국, 말레이시아, 호주 등 일부 국가는 소득대비 가계 부채 수준이 금융위기를 겪기 전 미국보다도 높다.

모건스탠리와 매킨지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부채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GDP 대비 139%였지만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직전인 2007년에는 144%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05%까지 확대됐다.

중국은 총부채가 2007년 7조4000억달러에서 지난해 중반 28조2000억달러로 늘었다. GDP의 282%로 미국의 269%를 웃돈다.

중국은 국영기업들이 주로 빚을 늘린 반면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는 중산층 붐에 따른 자동차, 가전제품 구매 등 개인 채무 증가로 부채가 늘었다.

일본도 가뜩이나 높은 부채가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로 인해 GDP의 400%까지 이르렀다.

저널은 특히 한국, 태국 등 일부 지역은 높은 부채와 인구 고령화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면서 성장세가 이미 둔화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세계 경제 성장 동력을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충격 불가피

그렇지만 이같은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고 저널은 전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달리 채무 대부분이 외화대출이 아닌 자국통화로 표시된 채무여서 통화평가절하가 금융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또 아시아 정부 부채 수준 역시 높지 않아 정부가 구제금융에 나서고 성장을 부양할 여력도 갖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가계 부채 역시 금융위기 이전 미국처럼 막대한 차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금융상품이 아닌 은행대출이나 채권 등이어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도 지목됐다.

다만 중국의 경우 채무 절반이 부동산과 연계돼 있고, 3분의1은 '그림자금융'에서 나온 터라 상황이 악화하면 미 금융위기 당시처럼 은행이 쓰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또 중국 증시 역시 차입거래가 올해 70% 폭증하는 등 거품 붕괴 우려가 상존한다.

특히 단기적으로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면 주식, 채권, 외환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저널은 지적했다.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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