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로 경제성장 견인" 리커노믹스 새 승부수

2015. 4. 2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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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中 성장둔화에 구원등판

[서울신문]"국무원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정책을 몇몇 부장(장관)들이 틀어쥐고 있는 게 말이 됩니까? 정책 입안에 1년이 걸리고 실행 여부 심사에 또다시 1년 걸린다는데, 좀 웃기지 않습니까?"

지난 15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국무원 회의를 주재하면서 폭발했다.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이후 그의 신념이 된 간정방권(簡政放權·정부와 기업의 기구를 간소화하고 권한을 하부 기관에 이양)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질타였다.

베이징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중국 지도부에서 대표적인 '신사'로 통하는 리 총리의 입이 거칠어진 이유는 중국 경제가 점차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리 총리가 폭발한 날 아침 국가통계국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7.0%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6년 만에 최저치였고, 소비·생산·투자 등 모든 지표도 후퇴했다.

리 총리에게 지금의 경제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다. 그동안 리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총리 몫이었던 경제까지 모두 관장해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했다. 건강 악화설까지 겹쳐 통상 10년인 총리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017년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때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 엔진이 예상 외로 빠르게 식어 가자 리 총리가 '구원 투수'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리 총리가 '바오치'(保七·성장률 7%대 유지)에 성공하고, 일자리 1000만개를 창출하며, 관료 개혁과 창업 드라이브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낸다면 그의 권력 기반은 탄탄해진다.

리 총리는 요즘 목소리만 높이는 게 아니라 개별 정책을 일일이 지도한다. 지난 17일 리 총리는 시중은행 및 국책은행 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경제가 사람의 몸이라면 금융은 혈관"이라면서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은행의 대출금리와 각종 수수료가 대폭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인민은행은 일요일이었던 19일 밤 전격적으로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인 1% 포인트나 내려 은행의 대출 여력을 넓혀 줬다. 중국의 지준율은 19.5%에서 18.5%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민은행이 한 달 안에 기준금리도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심지어 리 총리는 데이터 통신요금까지 챙겼다. 그는 지난 14일 경제전문가들과의 대담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와이파이가 어디 있느냐고부터 묻는데, 이는 모바일 데이터가 비싸기만 하고 느리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즉각 데이터 비용을 낮추고 통신망을 개선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총리의 시의적절한 지침과 해당 기관의 신속한 집행이 경제를 호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광명일보도 "리 총리는 요즘 단순히 강화(講話·담화)를 내리는 게 아니라 민생의 최저선을 지키기 위해 '경제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리 총리의 '경제 정치'가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중국 정부는 지준율 인하와 함께 "주식시장을 규제할 생각이 없다"며 지난 18일 발표된 차입 주식거래 규제 방안에 대해 온종일 해명했지만 20일 상하이와 선전 증시는 폭락했다. 총리가 인민은행은 움직일 수 있어도 시장까지 맘대로 할 수는 없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블룸버그는 "지준율 및 금리 인하, 부동산 거래 규제 완화, 감세 등의 경기부양은 구조개혁을 지체시켜 더 큰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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