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농식품부 황당한 투자유치] "일단 맺어라" 강권에.. 체결 사실 모르는 기업도

입력 2015. 4. 20. 02:45 수정 2015. 4. 20.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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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와 MOU 국내 56개 기업 전수조사 결과

농림축산식품부의 국가식품클러스터 투자 유치 작업은 기업 섭외부터 사후관리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일단 맺고 보자'식으로 국내외 기업을 끌어 들여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 그만, 투자 결실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농식품부는 세계적인 식품기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기본적 정보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그 기업의 홍보 대행사 역할에 머물렀다. 공신력 있게 추진돼야 할 대형 국책사업의 MOU 가치를 정부 스스로 땅바닥에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리 안되는 MOU, 정부-지자체는 책임 떠넘기기=19일 국민일보가 농식품부와 MOU를 체결한 국내 56개 기업(지난 3월말 현재)을 전수 조사한 결과 12개사만 투자를 확정했을 뿐 나머지 44개사는 MOU를 취소했거나 투자를 유보한 상태였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완공이 2년 넘게 지연되고 투자 메리트도 떨어지는 상황인데 정부는 MOU 체결 기업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심지어 정부는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기업은 이를 부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식품업체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우선 맺어만 달라. 나머지는 나중에 결정해도 된다'고 강권해 MOU를 맺었지만 현재 투자 계획은 없다"면서 "전담 부서도 없고 MOU 체결 사실을 아는 사람도 MOU를 맺은 임원 한 명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실적 저조를 놓고 농식품부와 식품클러스터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익산시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익산시가 관련 지방비를 쓰려면 지방 의회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여기에 MOU를 첨부해야 한다고 원해 공신력을 위해 농식품부가 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익산시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한 클러스터에 익산시가 협조하는 형태"라고 반박했다.

결국 국내 56개사를 포함해 농식품부는 2009년부터 국내외 107개사와 MOU를 체결했다고 24차례나 보도자료를 내면서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이달 초 재확인 결과 이 중 19개사(17.5%)만이 투자 의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묻지마' 해외 투자 유치=농식품부는 지난 2월 체코 맥주 생산 기업이라며 '프라하의 골드'와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보도자료에서 "체코의 전통적인 맥주 생산 방식으로 슈퍼 프리미엄급 제품을 생산·공급하겠다"는 프라하의 골드 측 발언을 그대로 담았다. 그러나 프라하의 골드는 자본금 5만원도 안 되는 페이퍼컴퍼니인 실버라인캐피털이 MOU 체결 직전인 지난 2월 설립한 법인이었다. 당연히 맥주산업과 아무 연관 없는 회사였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프라하의 골드 대표가 지난 2월 체코 총리 방한 당시 동행한 인사여서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농식품부는 프라하의 골드가 체코에 법인 등록을 했는지도 국민일보 취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 17일에야 확인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뒤이어 "프라하의 골드 예비 투자자인 투자프락시 파이낸스(PROXY FINANCE)라는 회사가 자본금과 맥주 생산 경험이 있다고 소개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회사는 체코의 투자 전문 사모펀드로 맥주 회사를 직접 운영한 경험은 없었다. 코트라 관계자도 "사모펀드가 한국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도 맺고 하니 '돈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투자키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세종=이성규 이용상 기자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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