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장관 탈 때만" 시늉뿐인 안전..우리 안의 세월호

박철현 기자 2015. 4. 16. 20: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데스크]

◀ 앵커 ▶

1년 전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열악한 안전 의식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화물은 배가 방향을 트는 과정에서 한쪽으로 쏠리며 침몰을 가속화시켰고, 탑승객 명부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승선자가 몇 명인지 확인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선박 안전 실태는 나아졌는지, 또 다른 안전 사각지대는 없는지, 박철현, 공윤선 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했던 지난 9일, 선박 안전 실태 점검.

"신분증이랑 표랑 배 입구에서 보여주시면 됩니다."

여객 터미널은 물론 배 입구에서도 신분증와 탑승권을 꼼꼼히 검사합니다.

배에는 자리마다 신형 구명동의를 마련했고, 출발 전에는 직원이 직접 안전교육도 실시했습니다.

"이 구명동의는 약 20도 정도 기울어져도 절대 앞으로 넘어가거나.."

며칠 뒤 취재진이 다른 배를 타봤습니다.

신분증이 있는지만 확인할 뿐 탑승권과 대조하지 않습니다.

"네, 여기 있어요."

음주가무를 금지한다는 간단한 안내 방송만 하고, 안전교육도 하지 않았습니다.

"선박 내에서의 음주가무 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배가 출발하자 손님들은 이내 술판을 벌이고, 매점에서도 버젓이 술을 팝니다.

"여기 있습니다."

선원 누구도 제지를 하지 않습니다.

차량을 선체에 고정하는 고박 작업도 허술하긴 마찬가집니다.

줄로 묶여 있어도 금방 느슨해져 풀려 버리는가 하면, 고임목만 대놓은 차량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안 여객선 4대 가운데 1대는 20년 이상된 노후 선박입니다.

정부는 20년이 지난 선박에 대해서는 선박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사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

"주로 기관(엔진) 사고가 납니다. 그런건 검사를 아무리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예방하기는 조금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 기자 ▶

안전은 이런 여객선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7명이 숨지거나 다친 판교 환기구 추락사고에, 14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 영종대교 105중 추돌 사고까지.

그렇게 안전을 다짐했던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런 대형사고들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쏟아냈던 각종 대책들, 현장은 과연 바뀌고 있는지 그 실태를 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판교 환기구 추락 사고 이후 200일, 서울 시내 환기구들은 어떨까.

덮개가 부서져 곧 부러질 것 같은데도 철사줄로 얼기설기 묶어둔 곳이 있는가 하면, 덮개가 점점 휘고 있는데도 주의 표시가 없어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기도 합니다.

심지어 오토바이 주차장이 된 곳도 있습니다.

환기구 사고 위험이 여전한 겁니다.

'잠재적 세월호'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하루 5만대가 넘는 차량이 오가는 이 육교는 낡을대로 낡아 손만 대도 콘크리트가 벗겨지고 철근은 과자처럼 부서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육교는 구멍이 날 때마다 땜질로만 일관해 도로가 누더기처럼 됐습니다.

[강희종/시설물유지관리전문가]

"사고 위험성은 아주 높습니다. 포트홀(구멍)이 생긴 자리를 차량이 진행할 때 전복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수 공사를 하거나 당장 철거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는 시설물은 전국 2천 5백 곳에 이르지만 모두 예산문제에 부딪혀 손도 못대고 있습니다.

안전 관련 예산이 최우선이 아닌 겁니다.

또 부서진 천장 사이로 폐전선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고, 전기시설 사이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이 재래시장처럼 잠재적인 재난위험시설도 전국에 2천 곳이 넘습니다.

[김용훈 회장/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일회성이 아니라 관련된 모든 전문 인력이라든가 단체,조직이 계속 점검하고 보수할 수 있는..."

사고 때마다 되풀이되지만 처방전은 그 때 뿐이어서 일선 현장에선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박철현 기자)

[저작권자(c) MBC (www.im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