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강남 주부와 공무원의 남다른 연금 선택

유원중 2015. 4. 9. 06: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금개혁 시리즈 4] "더 낼까. 덜 받을까?"…연금의 수익성

# 장면 1. 최근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연금 개혁에 반대하고 있는 공무원단체들은 '정말 연금을 깎으려고 한다면 오히려 매달 내는 보험료(기여금)을 차라리 더 내겠다'는 각오다. 과거 국민연금이 보험료를 그대로 하고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개혁을 했다면 공무원들은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되 기여금을 더 내는 개혁을 원한다.

# 장면 2. 강남의 주부들은 국민연금공단에 찾아가 연금에 가입하고 있다. 전업주부는 일정한 소득이 없기 때문에 굳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없는데도 스스로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있다. 이는 지역별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숫자로 파악되는데 사적연금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은 국민연금을 노후소득과 재테크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표1> 서울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수 (자료: 2014 국정감사. 국민연금공단)

■ 공무원이 '더 내겠다'는 이유는?

연금 재정이 악화돼 개혁해야 한다니 차라리 내가 내는 '보험료(기여금)를 더 내겠다'는 뜻은 일정 부분 고통을 분담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더 내는 개혁의 고통은 반이 된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은 보험료(기여금)를 근로자(공무원)와 기업(정부)이 1:1로 부담한다. 따라서 내가 보험료를 2% 더 내겠다고 하면 사용자도 2%를 더 내 4%가 증가하게 된다. 우리의 연금이 적립식은 아니지만 비유하자면 내가 2만 원을 더 내면 내 통장에 4만 원이 쌓이는 것이다. 비록 더 내는 게 아깝지만 안정된 노후소득를 위해 기꺼이 할 만한 일이다.

과거 2007년 국민연금도 '더 내는 개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공식적으로는 국민들이 더 내는 걸 반대해서 어쩔 수 없이 보험료를 그대로 두고 소득대체율을 깎는 개혁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보험료 100%를 스스로 내야 하는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라면 모를까 보험료를 반반씩 부담하는 근로자라면 '더 내는' 개혁에 반대할 리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더 내는 개혁'을 반대하는 쪽은 사용주(기업주 또는 정부)일 것이다. 당시 개혁에도 기업의 반대 목소리가 강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맞물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다시 상향시키자(야당 40->50%, 공무원단체 60%)는 논의가 일고 있다. 연금 재정의 고갈 문제보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연금도 다시 '더 내고 더 받을 수 있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

■ 보험료 1% 올리면 소득대체율 10% 올릴 수 있다고?

최근 보건복지부가 놀랄 만한 자료를 대타협기구에 제출했다. '현재의 명목 소득대체율 40%를 50%로 올리려면 보험료로 얼마나 더 내야 하느냐'는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야당 추천 위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표 2> 김연명 위원 질의 답변서 (자료:보건복지부)

위 자료를 보면 보건복지부의 대답은 1. 2060년 연기금이 고갈된다는 전제에서는 현재(9%)보다 1%만 더 내면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수 있다. 2. 2083년까지 연기금이 수지균형을 맞춘다는 전제로 소득대체율 50%를 확보하려면 보험료를 16.69% 내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세대가 거의 저 세상으로 간 뒤에도 연기금 고갈 문제가 계속 될지는 모르겠으나 이 경우에도 소득대체율을 40%로 할 때(보험료 14.11%)와 비교하면 2.58%만 더 내면 되는 셈이다. 보험료를 올리는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소득대체율 10%를 끌어올리는데 추가로 필요한 보험료는 1~2.5%라는 것이다. 게다가 노동자와 사용자가 반반씩 부담하니까 개인은 자기 월급에서 0.5~1.75%의 보험료만 더 내면 되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노동자와 기업을 설득해 보험료를 일정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다만 100% 보험료를 직접 내야 하는 지역가입자 문제를 어떻게 풀지는 숙제다.

■ 연금의 높은 수익률…수익비

지금 있는 돈만 잘 관리하면 될 것 같은 강남의 중산층 이상의 전업주부가 국민연금을 드는 여유는 국민연금의 놀라운 수익성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평균수명을 산다고 가정할 경우 낸 돈보다 받는 돈이 많도록 설계돼 있다. 더 큰 장점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 수급액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아무리 투자를 잘 못하더라도 민간금융회사보다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민간금융회사는 내가 낸 돈에서 전체 사업비를 공제하고 나머지 돈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국민연금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주기 힘든 구조다.

<표3> 국민연금 수익비

다만 과거 경제활동인구보다 노령인구가 훨씬 적고, 이자율이 높은 시대일 때 수익비가 과도하게 높은 적이 있었다. 우리가 연금개혁을 하는 이유는 이런 수익비를 현실에 맞게 고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 상당수는 연금에 내는 돈을 아까워 한다. 이는 1. 연금을 세금처럼 인식하거나 2. 연금이 내가 낸 돈에 이자가 붙어 나중에 돌려받는 방식, 유식하게 얘기하면 '적립방식 연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기금이 몇 년도에 고갈된다'고 하면 마치 내가 낸 돈이 사라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연금은 '부과방식'으로 현 세대가 은퇴한 세대를 부양하고 내가 은퇴하면 미래세대가 내 연금을 책임지는 구조다. 결국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우리 미래세대가 내 연금을 기꺼이 내 줄 정도로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각 연금공단이 돈을 잘못 굴려서 내 연금을 축낼 수도 있다는 우려는 하지 말길 바란다. 설사 축내더라도 내가 연금을 못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연금을 못 받게 되는 경우는 단 한 가지. 우리 미래세대가 가난해져서 국가가 파산하게 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연금이 건강하려면 연기금 재정이 건강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미래세대가 재정적으로 건강해야 한다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연관 기사] ☞ [연금 개혁 시리즈] ① 공무원연금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연금 개혁 시리즈] ② 국민연금 실질 소득대체율 20%☞ [연금 개혁 시리즈] ③ '시간 다 됐는데…' 갈팡질팡 공무원연금 개혁☞ [연금 개혁 시리즈] ④ "더 낼까. 덜 받을까?"…연금의 수익성

유원중기자 (iou@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