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언제가 좋을까" 부동산 전문가 4인 '맞짱 토론'

김진수 2015. 4. 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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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부동산 호황기..웃돈 아까워말고 매입해야" VS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선 안돼..싸게 살 수 있는 기회 온다" "수면 아래 부동산 투자수요 충분" vs "전세난으로 인한 착시현상"

[ 김진수 기자 ]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까." 급등하는 전셋값에 밀려 수도권 집값이 반등하자 '내집마련' 여부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부동산값 폭락 주장을 믿고 내집마련을 미뤘던 이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라는 전문가와 참고 기다리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부동산 시장 호황기가 다시 오고 있다. 내 집 없이 노년기를 맞으면 불행이 올 수 있다. 시장 상황을 판단할 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지방을 나눠야 한다.

수도권은 분위기가 좋다. 거래량과 가격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면 2013년 봄 바닥을 쳤다. 이제야 수요자들이 체감하고 있다. 오르고 있다는 것을 공감하는 시기다.

수요자는 크게 실수요자, 투자자 등으로 나뉜다. 실수요자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 집값 반등이 향후 1~2년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것은 절대 수요에 비해 절대 공급이 부족해서 생긴 수급 미스매치(불일치) 때문이다. 주택은 인허가 시간도 길지만 착공에서 준공 때까지 2년 반~3년이 걸린다.

단기에 수급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미국 금리 인하, 중국의 성장 둔화 등 거시경제 변수는 늘 예측하기 힘들다. 위기가 오면 모든 사람이 같이 겪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충격파가 덜한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 된다. 은행 대출이 지나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해야 한다. 교통여건이 뛰어나고 관리비 등 주거부담이 적은 단지가 위기 때는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2억~3억원의 현금을 쥐고 있으면 대출 끼고 서울 강남 소형 재건축 아파트를 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사업 추진 단계가 빠른 것이 좋다. 그 정도의 자본이 없으면 수도권 택지지구 분양 단지로 눈을 돌려도 된다. 경쟁률이 높지만 계속 청약하면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자금 조달 범위 내에서 분양권을 사는 것도 괜찮다. 웃돈(프리미엄)을 아까워하면 안 된다. 청약할 때는 동·호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분양권 프리미엄은 리스크가 없어졌다는 것에 대한 보상이다. 집을 산다는 것은 미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지하철 건설이나 도로교통망 확충 등 지역의 개발 재료도 따져봐야 한다.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 가장 싼 물건은 피해야 한다. 단지에서 동향 1층은 싸다. 나중에 환금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금이 부담되면 전용면적을 줄여서라도 남향 로열층을 사야 한다.

다만 지방시장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2010년 부산 대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 현재 마지막 주자인 대구가 거침없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고 두 배까지 오른 곳도 있다. 지방에선 신규 분양이 넉넉하게 이뤄졌다. 앞으로 횡보하거나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서둘러 집을 살 이유가 없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전망 자체는 막상 지나봐야 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변동성이다. 집값이 오르니까 앞으로 어떻게 하라고 조언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고 오만한 것일 수 있다.

집을 사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 영역이다. 구매력이 있으면 사고 없으면 안 사는 것이다. 하지만 자칫 또 다른 하우스푸어를 만들 수 있다. 시장 분위기에 단기적으로 휩쓸려서는 안 된다. '가격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저성장 국면 상태다. 시장 진입 시기에 연연해하는 건 스트레스만 자극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당장 눈앞의 상황만 보지 말아야 한다. 저금리 속에 전세 품귀로 전세 물량이 사라지는 전세 소용돌이가 거세다. 이게 핵심이다. 이 현상을 단기적으로 볼 것이냐 중기적으로 볼 것이냐가 중요하다. 주택 수요량이 많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과거처럼 구매력이 강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깡통전세'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집을 산다. 2~3년 뒤 입주 물량이 늘어나고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다 봐야 한다.

시장은 지금 들떠 있다. 올해 시장은 좋다. 하지만 입주 물량이 앞으로 많이 늘어난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 과연 2~3년 뒤 호황세가 지속될 것인지는 장담 못 한다. 입주 변수까지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기적 수요는 위험하다. 전세가율이 올라 집값의 90%에 달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세입자로부터 90% 대출해서 집을 사는 것이다. 한도초과 대출이다. 전셋값이나 매매값이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건가. 투자는 항상 성공만 하는 게 아니라 실패도 한다. 실패해도 내 돈이 많이 남아 있다면 충격은 덜하다. 하지만 투자금액의 상당 부분이 빚이라면 쉽게 나락으로 떨어진다. 빚은 잘 쓰면 영화 '워낭소리'의 누렁이 소처럼 원하는 수익을 올리는 데 큰 힘이 되지만, 지나칠 경우 파멸을 부르는 괴물이 된다.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경제의 핵심은 수익과 부채의 균형"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지금도 집을 사려 한다면 무주택자는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을 활용하는 게 좋다.

주택시장도 저성장 국면이고 박스권 장세를 형성할 것이다. 전세난 때문에 착시 현상이 생기기 쉽다. 눈앞의 흐름에 너무 현혹돼서는 안 된다. 기존 매매시장보다 신규 분양이 더 낫다. 주변 시세보다 비싸면 청약에 신중해야 한다.

부동산 자체는 변동성이 강한 시장이다. 지나치게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집값이 폭락할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이야기하는 건 다른 공포주의다.

▷정충진 부동산 전문변호사

가장 중요한 지표인 주택공급량을 보면 3~4년 전부터 진행된 공급 부족 여파로 서울은 입주물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 여파로 전세가가 연일 과거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전세가는 매매가격을 밀어올릴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집값의 가장 큰 변수는 전셋값이다. 전셋값은 언제까지 가파르게 상승할까.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집을 지을 수 없다는 점에서 역부족일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상승을 거듭할 것인가. 반등에 성공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하더라도 탄탄대로인 상승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바로 투자수요 유입이다.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은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이기 때문에 매매가의 가파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여기에 투자수요가 유입될 때 비로소 실수요장의 판이 커져 안정적인 상승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현재의 실수요장에서 탄탄한 상승장으로의 확실한 이행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 흐름을 지켜보는 단타위주의 투자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상승장으로 넘어갈 조짐이 보인다면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파는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때가 바로 투자 적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상승장에 대한 시점 분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장에서 투자수요가 유입될 조짐이 있는가. 그동안 호경기였던 지방 부동산시장에서 축적된 부와 모호한 횡보장에서의 주식자금 유입 가능성, 그리고 중국 중심의 해외자본 유입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진입 대기 중인 투자수요는 절대 부족하지 않다.

먼저 장기간 계속돼 왔던 지방 부동산시장의 활황은 투자수요가 충분함을 보여준다. 지방 부동산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그동안 축적된 수익을 기반으로 수도권의 상승장에 가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동산시장의 선행시장인 주식시장의 횡보세도 너무 오래 갔다. 주식시장에 별 재미를 못 느낀 투자수요가 부동산시장의 반등과 더불어 부동산시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외자본 유입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거대한 중국자본이 제주도 시장을 점령해 제주도 부동산 시세를 최소 2~3배 이상 올려놨다. 중국인들이 침체된 자국 부동산시장에 매력을 못 느껴 세계 각국의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몇몇 중국인 거부들의 투자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이미 호주 시장은 중국인들의 투자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작년부터 계속된 분양물량 증대는 사상 최고의 물량공급이라는 이슈를 만들어 내면서 올해 초까지 유지되고 있다. 공급 부족과 전세가율 상승으로 촉발된 상승장은 앞으로 입주물량이 대량 공급되는 3년 이후에 고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

▷고현철 고현철투자연구소 대표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부동산 투자를 할 때가 아니다. 집값은 아직 바닥이 아니다. 물론 무릎도 아니다. 인내심을 갖고 좀 더 기다리는 게 낫다.

어차피 집은 필요하고 전셋값도 고공행진하다 보니 무리해서라도 내 집을 갖겠단 사람이 있다. 계약기간마다 보증금을 올려주거나, 사라지는 월세를 내느니 대출받아 집을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인 듯하다. 또는 전세를 끼고 미리 집을 사놓겠단 사람도 있다. 지금 상황에선 그런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출구전략을 묻고 싶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역전세가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의 집값이 유지되는 이유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집값을 떠받치고 있어서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재건축조합원 3주택 분양허용 등 부동산3법 국회 통과, 대출규제 완화 등이 집값을 지탱하게 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앞으로 집값은 정상가격이 될 때까지 떨어질 것이다. 제아무리 부양책, 월세화, 재건축 이주수요가 떠받치더라도 집값을 계속 유지시킬 수는 없다. 한계점에 도달하면 그 다음은 상황이 바뀔 수밖에 없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소득이 점차 불안해지고 있다. 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매우 작다. 앞으로 비정규직은 더 늘어날 것이다. 기업의 이익만큼 개인의 손실이 커지는 구조가 계속될 것이다.

둘째 베이비붐 세대의 집을 받아줄 20~30대 인구가 적다. 물론 그들의 소득도 적다. 결국 공급보다 수요가 적다.

셋째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가 시발점이었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으로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부채가 한계에 도달하면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단적인 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약 316조5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약 320조원으로 늘었다. 올해 1~2월에만 약 3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증가액(약 4200억원)과 비교해 보면 8배 이상 늘어났다. 여기에 자영업자 대출과 전세보증금까지 더하면 가계부채 잔액은 2000조원을 육박한다. 당장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해외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 하우스푸어가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앞으로 집값은 정상가격으로 수렴할 것이다. 수요가 따라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도 여기에 한몫할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적기를 기다려라. 기다리면 기회는 온다.

신체에 비유하면 집값은 아직 무릎 수준보다 높다. 집값이 발(바닥)은 아니더라도 무릎 정도 왔을 때 구입하자. 굳이 비싸게 구매할 필요는 없다. 좀 더 기다리면 집값이 무릎까지 올 것이다. 다만 주변에서 부화뇌동하도록 부추길 것이다.그렇더라도 손해를 줄이고, 이익을 늘리기 위해 참아내야 한다. 앞으로도 현재의 실수요가 지배적일 거라 판단한다.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 거주목적에 부합한 '임대수익'을 목표로 투자하는 게 유리할 것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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