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조금씩 천천히 갚아야지 .. 바뀌는 빚의 개념

조민근 2015. 4. 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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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사놓으면 값 뛰던 시절이자만 갚는 일시상환 좋았지만집값 정체된 저성장·저금리 시대부동산 변화 금융시장 반영 시작

회사원 신모(47)씨는 지난달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탔다. 그는 1990년대말 내집 마련을 할 때 첫 대출을 받은 이래 그간 세번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거치기간 없이 원리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는 대출을 이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씨는 "집 값이 오르던 시절에는 이자만 갚다 4~5년 뒤 집을 팔면 매매차익으로 이자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았고, 새 대출을 받아 더 큰 집으로 옮기곤 했다"면서 "솔직히 처음부터 원금을 갚는 대출이 있는 줄도 몰랐고 은행에서 권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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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주간 신씨처럼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사람은 34만5000명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33조9000억원이다. 단기간에 사람이 몰리고 뭉칫돈이 움직이면서 부작용과 비판도 속출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안심전환대출 신드롬'이 가계 빚, 그 중에서도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의 개념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간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선 원금을 갚는 게 예외적일 정도로 만기 일시상환이나 거치식 구조가 보편적이었다. 불과 4년전에는 전체의 92%가 '이자만 갚는 대출'(IOM·interest-only mortgage)이었다. 은행권을 향한 정부의 압박에 지난해말 이 비율은 74%로 줄었고, 안심전환대출로 다시 66%선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다. 미국(14%), 영국(30%), 호주(33%)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런 구조를 만든 배경은 '부동산 불패 신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은 "집 값은 항상 오르던 시절에는 주택을 담보로 잡은 대출은 안전자산이나 마찬가지였고 대출자나 금융회사나 구조적 위험에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면서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높은 수요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가 서서히 금융시장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휘정 수석연구원은 "집 값이 정체되고 투자자 중심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굳이 정부가 독려하지 않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나눠갚는 대출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IOM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다. 주택 구입자의 초기 부담을 확 줄여준 덕에 저소득층까지 내집 마련에 나서면서 주택붐이 일었다. 미국에선 2004년 불과 전체의 주택담보대출의 2%에 그쳤던 비중이 2007년 22%로 급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원금 상환이 시작되자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도화선이 됐다. 대출 상환 부담에 부동산 매물 급증→주택 가격 하락→깡통주택 급증→금융사 도산으로 이어진 악순환이었다.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외형상으로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도 32%로 미국(72%), 호주(87%), 일본(4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란 것이다. 하지만 대출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숨겨진 리스크도 있다. 바로 전세금이다. 집 주인 입장에선 사실상 세입자에게 빌린 일시상환 대출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말 370조원 규모로 GDP의 25%에 달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만기 일시상환이 몰리는 시점이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와 맞물릴 경우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금융당국이 빚의 규모를 줄이는 '총량 관리'에 들어가긴 쉽지 않은 여건이다. 자칫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수방관하고 있기도 어렵다. 이런 딜레마를 앞으로도 '구조개선'을 통한 위험 관리라는 방식으로 풀 공산이 크다. 안심전환대출이 '당근'이라면 앞으로는 규제라는 '채찍'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를 대출형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노무라증권 권영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자만 내는 대출에는 LTV와 DTI를 하향 조정하거나 DTI계산 때 자동차·신용카드 할부금 등을 포함시키는 조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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