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1인 多역' 시대

2015. 4. 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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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사망보험금 연금으로 받은 보험 히트교보-의료비, 한화-교육비 보장 상품 내놔

지금까지 종신보험을 드는 건 가족을 위한 '희생'이었다. 매달 수십만 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쏟아붓지만 정작 가입자 본인을 위한 혜택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신 유가족은 가입자가 사망한 뒤 1억원 정도 보험금을 한번에 받아 생계 유지에 보탤 수 있었다. 가장을 상대로 종신보험 가입을 권하는 설계사들 단골 이야기 역시 "갑자기 돌아가실 것에 대비해 남은 가족을 배려하셔야 한다"가 주류였다.

이 같은 종신보험 트렌드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가입자 본인을 위한 혜택을 대폭 보강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종신보험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교보생명은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미리 의료비나 생활비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나를 담은 가족사랑 교보뉴(NEW)종신보험'을 출시한다고 6일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일에는 신한생명이 종신보험으로 연금을 타서 쓸 수 있는 '신한연금미리받는종신보험'을 내놔 관심을 끌었다. 사망보험금을 주택처럼 담보로 잡고 역모기지론 형태로 매달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한화생명은 가입자인 부모가 사망했을 때 자녀 교육비를 보장해주는 '한화 교육비 받는 변액통합종신보험'을 내놨다.

종신보험이 한국에 처음 들어온 건 외환위기 직후였다. 하루아침에 회사가 망해 실업자가 쏟아지자 공포를 느낀 월급생활자들이 대거 종신보험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2000년 초·중반 종신보험은 암을 비롯한 가입자 중대 질병을 보장하는 'CI(Critical Illness)' 기능을 추가해 또 한 번 인기몰이를 한다. 그로부터 10년 뒤 '늙어서 죽지 않는' 고령화 시대가 닥치자 시류에 맞게 옷을 갈아입고 '종신보험 3.0'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이번에 나온 교보생명 상품 역시 '고령화 시대 대비'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가입자가 아플 때 의료비를 사망보험금에서 떼어 미리 돌려주는 기능을 탑재한 게 대표적이다. 가입자가 정한 은퇴 나이(60·65·70세)가 지난 뒤 입원을 하면 하루에 5만원씩 입원비가 나온다. 수술할 때는 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의료비를 사망보험금 80% 한도까지 빼 쓸 수 있다.

사망보험금을 일부 헐어 생활비로 보탤 수도 있다. 이것도 사망보험금 80% 한도까지 허용된다.

유족이 형편에 맞게 사망보험금 수령 시기를 설계할 수 있게 한 것도 처음 선보인 변화다. 사망보험금이 1억원일 때 유족이 지금 당장 2000만원을 받고 나머지 8000만원은 목돈이 드는 자녀 대학 입학 시점인 7년 후에 받겠다고 선언하는 식이다. 보험사에 남아 있는 보험금은 가입 당시 표준이율(현 3.25%)로 적립해서 유족에게 돌려준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으면 보너스 형태로 격려금을 주는 기능도 담았다.

이미 시장은 달라진 종신보험 트렌드에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1일 나온 '신한연금미리받는종신보험'은 판매 사흘 만에 1259건이나 팔렸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새로 나온 보험상품 판매 속도에 비해 3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윤영규 교보생명 상품개발팀장은 "사망 보장에만 치중하던 종신보험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며 "종신보험 하나만 있으면 늙어서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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