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대박? 갑질에 앞으로 남고 뒤로 까인다"

2015. 4. 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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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박재홍의 뉴스쇼]

-물류비,택배비,사은품…남는것 없어

-부대비용 과다, 박스 테이프도 구매해야

-100원 팔면 반토막, 가격도 엿장수 마음

-판매못한 재고상품, 그대로 떠안아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 (홈쇼핑 갑질 제보자)

여러분께서도 자주 이용하시는 TV홈쇼핑. 국내에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송사와 납품업체간의 해묵은 갑을 관계는 아직도 여전하다고 하는데요. 특히 올해에는 홈쇼핑 방송 사업자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어서 홈쇼핑 방송사의 갑질이 특정 방송사의 퇴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위험수위를 넘은 TV홈쇼핑 방송사의 갑질실태. 과연 어느 정도인지 실제로 홈쇼핑 방송사에 상품을 납품했던 중소기업 관계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에 앞서서 인터뷰 대상 보호를 위해 익명과 음성변조를 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대표님을 만나보죠, 안녕하십니까?

◆ ○○○>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실례지만 선생님께서는 어떤 종류의 상품을 제작, 판매하셨습니까?

◆ ○○○> 생활용품하고요. 이·미용 상품이라고 해서 화장품 같은 제품들을 제조해서 판매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지금도 TV 홈쇼핑에서 물건을 납품해서 판매를 하고 계신 건가요?

◆ ○○○> 지금은 저희가 안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왜 그만 두셨나요?

◆ ○○○> 아무래도 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요. 홈쇼핑의 운영구조상 '앞으로 남고 뒤로 까인다'는 표현을 우리가 속칭으로 쓰거든요. 앞으로는 마진이 남는 것 같지만 홈쇼핑에서 물류 입고비용이라든지, 또 반품 택배비, 회수 택배비 이런 걸 모두 관장을 하게 되면서 거기에 대한 비용을 납품업체로부터 다 받는 거죠. 그래서 어려워지게 되어서 더 이상 홈쇼핑을 진행하기가 어려웠습니다.

◇ 박재홍> 손해를 많이 보셨기 때문에 납품을 그만뒀다, 이런 말씀인데. 그러면 실제로 TV홈쇼핑에 판매를 할 경우에 말이죠. 소위 대박, 수익이 많이 나지 않습니까?

◆ ○○○> 그렇지는 않고요. 마진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왜냐하면 사은품이나 고객들한테 주는 혜택이 워낙 많기 때문인데요. 그냥 상품만 가지고 고객들에게 소개를 한다기보다 여러 가지 고객들에게 드리는 덤이나 사은품 같은 혜택 부분이 늘어나기 때문에 제조사가 아무래도 많은 출혈을 하는 거죠.

◇ 박재홍> 일단 그러면 아까 구조적인 문제를 말씀을 하셨는데요. TV홈쇼핑 방송사와 납품업체 간의 계약구조를 봐야 될 것 같아요. 보통 어떤 식으로 계약을 합니까?

◆ ○○○> 정액 방송이라고 하는데요. 1시간 방송이라고 하면 홈쇼핑이 1시간 안에 가져가야 할, 홈쇼핑에서 제시하는 금액을 일부 선입금 하고요. 그리고 나머지는 수수료 형식으로 또 한 번 홈쇼핑에 제공을 하게 되는 그런 구조를 많이 진행하게 됩니다.

◇ 박재홍> 한마디로 방송사는 시간만 빌려주기 때문에 그 외의 부대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는 말씀인데요. 그러면 납품업체에서 제공하는 방송제작비용은 어떤 비용인가요? 그 돈은 어디에 쓰이는 겁니까?

◆ ○○○> 방송 제작비입니다. 홈쇼핑 방송사에 여러 직원들도 많이 있고, PD도 있고, 쇼 호스트들도 있잖아요. 방송사가 그런 직원들을 빌려주는 대가라고 보면 되는 겁니다.

◇ 박재홍> 네. 많이 팔린다고 또 마냥 좋아할 수 없는 게 그거에 대한 부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것도 감당할 수 있어야 되겠군요.

◆ ○○○> 그렇죠. 모든 게 감당이 가능해야 되고요. 포장하는 박스, 테이프 하나까지 다 홈쇼핑에서는 관장하기 때문에 홈쇼핑에서 제공하는 자재를 저희가 구매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 박재홍> 홈쇼핑 자재를 업체에서 구매를 해서 배송을 하게 된다고요?

◆ ○○○> 그 기준에 맞는 것을 제공을 하죠. 테이프 같은 경우에는 그 홈쇼핑 마크가 적혀 있는 테이프를 쓰지 않으면 또 안 되는 기준도 있고요. 그런 부자재를 구입을 많이 해야 되죠.

◇ 박재홍> 그러면 예를 들어서 만약에 100원을 파시면 홈쇼핑 방송사에는 얼마를 지불하시는 겁니까?

◆ ○○○> 적게는 100원이라고 했을 때 25원~30원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고요. 거의 뭐 부대비용까지 다 합하면 45원~50원을 제공하게 되는 거죠.

◇ 박재홍> 100원 팔아서 50원 정도 제공하고 나면 50원이 남는데. 그 50원은 또 원가라든지 자재구입이라든지 부대비용으로 들어가겠네요?

◆ ○○○> 그렇죠.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데요. 예를 들어서 그렇게 모든 비용을 들이고 대량생산을 해서 목표 수량을 1억 원으로 잡고 홈쇼핑에다가 판매를 하기 시작했는데 다 팔리지 않고 5000만원만 팔렸다. 그러면 나머지 5000만원어치는 다시 업체가 가져가야 합니다.

◇ 박재홍> 그래요? 굉장히 불합리한데요.

◆ ○○○> 홈쇼핑에서는 판매에 대해서 위탁 대행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납품업체의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죠. 대행만 한다고 해서 이 물건에 대해 홈쇼핑사가 돈을 주고 가져가는 게 아닌 겁니다. 물건대금도 팔린 후에 한 달 후나 늦게는 두 달까지 해서 주는 경우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이 다 안 팔렸을 경우에는 그 남은 물건들을 다 가져가라고 하고 방송을 중단해 버리면 그 남은 재고들, 결국 중소기업들이 다 떠안게 되는 거죠.

◇ 박재홍> 그러니까 무리해서 대량으로 납품했다가 안 팔려서 망하는 업체들도 있었습니까?

◆ ○○○> 실제로 한참 보이던 잘 나가는 회사들도 갑자기 안 보이는 경우도 꽤 있죠.

◇ 박재홍> 그리고 홈쇼핑 방송사와 계약을 하시면서 황당한 요구를 받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어떻습니까?

◆ ○○○> 처음에 했을 때는 '아,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의 것들이 있었지만 이미 만연한 거라서요. 우선 제품의 가격이 그냥 말 한마디로 낮아지는 거고요.

◇ 박재홍> 말 한마디로 가격이 낮아진다? 이건 무슨 말씀이세요.

◆ ○○○> 예를 들어서 오늘 상품을 1만원에 판매했습니다. 그런데 잘 팔렸어요. 그런데 다음에도 고객들이 많이 보고 판매가 잘 될 수 있는 시간에 들어가려면 홈쇼핑 방송사에서 10% 할인을 하자고 한다든지 또는 사은품을 더 넣자고 한다든지 그런 제안을 합니다. 겉으로는 납품업체가 제안해서 그렇게 팔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그냥 팔아도 잘 팔릴 것 같거든요? 하지만 방송사 쪽에서 '지금 판촉 행사 같은 것 없이는 편성을 잡기가 어렵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협력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더 내놓게 되는 거죠. 마진을 포기하고 내놓게 되는데 결국 그 비용들이 협력사들의 마진에서 제공을 하게 되는 겁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여러 가지 마케팅 수단을 동원해서 협력사가 부담을 갖게 하는 그런 방식을 취하고 있네요.

◆ ○○○> 그렇다고 할 수 있죠.

◇ 박재홍> 만약에 대표님 주변에 홈쇼핑 방송사에 납품을 생각하는 사장님들이 있다고 한다면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세요?

◆ ○○○> 하지 말라는 말씀은 제가 못 드리겠고요. 큰 마음 먹고 해야 합니다. 한 개 제품이라고 해서 한 개 제조사만 움직이는 게 아니고 이 상품 하나만 가지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게 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됐을 경우에 피해를 입을 수 있게 되는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 상품이 아무리 좋다고 해서 상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을 받으며 판매를 하고자 한다면 홈쇼핑은 피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홈쇼핑 업체의 내막을 아는 분들은 '홈쇼핑 상품을 사지 말아라' 이런 말도 한다던데요. 실제로 그렇습니까?

◆ ○○○> 그걸로 인해서 제품으로 고객들은 혜택을 볼 수 있을지 몰라도요. 홈쇼핑사도 마찬가지고 협력업체도 마찬가지고, 이건 누구를 위한 방송도 아닙니다. 결국 누가 이익을 보는 건지도 모르고 그냥 전부 다 마이너스, 손실만 있게 되는 방송이 되는 겁니다.

◇ 박재홍>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 협력사의 대우를 받고 또 홈쇼핑 방송도 살고 중소업체들도 살 수 있는 그런 생태계를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네.

◇ 박재홍> 실제로 홈쇼핑 방송사에 상품 판매를 했던 중소기업 납품업체 대표의 목소리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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