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으로 모르는 男과 연락..SNS 이중생활

한상우 기자 2015. 3. 3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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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즉 SNS는 현대인의 중요한 소통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 이용자 수가 지난해 2천400만 명을 넘어설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예기치 못한 부작용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사진과 일상생활 모습, 그리고 직업까지 도용해서 SNS에서 이중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SNS상의 가면 인생인데 한상우 기자가 생생 리포트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디자이너 박희정 씨는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서 누군가가 박 씨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박희정(가명)/SNS 도용 피해자 : 지금 당신 사진이 도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확인해 보시라고, 그리고 나서 그 카페에 들어가 봤더니, 그렇게 활동하고 있더라고요. 제 얼굴로…]

사진 도용자는 박 씨의 얼굴과 작업 모습, 기르는 강아지 사진까지 6개월 동안 수백 장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냥 온라인상에서 저로 산 거예요. 모든 걸, 제 삶을 산 거죠. 온라인상에서…]

그것도 모자라 사진 속 미모를 칭찬하는 댓글을 남긴 남성 회원들과 전화 연락까지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SNS 도용 여성 활동 카페 남성 회원 : 좋아한다고 하고, 이런 식으로 접근해오더라고요. 그러면서 만나주지도 않고…]

박 씨는 자신의 사진을 도용한 사람이 50대 여성이라는 사실과 휴대전화 번호를 간신히 알아내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박희정(가명)/SNS 도용 피해자 : 지금 당신이 온라인상에서 나인 척하고 살았잖아요.]

[SNS 도용 여성 : 맞아요. 그거 인정해요. 그런데 저는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통화 직후 이 여성은 전화번호를 바꾸고 잠적했습니다.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내가 어떤 사람을 부러워하고 또 그 사람처럼 살고 싶다. 그 사람의 사진이나 온갖 단서를 가지고 자기가 그 사람인 것처럼 심리적으로 남들에게 보여주는데, 어떻게 보면 일종의 정신 병리 상황에 들어갔다라고 할 수 있죠.]

한 명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사진을 도용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황지민 씨의 이름을 검색하면 똑같은 이름과 같은 얼굴의 프로필 사진 수십 개가 발견됩니다.

[황지민/SNS 도용 피해자 : 저 저 저… 다 저 잖아요. 제 이름만 쳐도… 제가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들이에요.]

심지어 전혀 모르는 여성이 황 씨의 사진을 올려놓고 다이어트 약을 팔았는데, 약효가 없자 황 씨의 SNS에 찾아와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황지민/SNS 도용 피해자 : 아무런 효과가 없으니까, 저를 욕하는 거예요. 판매자를 욕하는 게 아니라, 사진이 저인 줄 아니까.]

뿐만 아니라 술집 직원의 명함과 성매매 관련 SNS 계정에서까지 황 씨 사진이 발견됐습니다.

[친한 여동생이 길을 가다가 나이트클럽 명함을 주웠는데, 제 사진이더래요. 어떤 날은 친구가 전화가 한 통화 오더니, 너 어느 술집에서 일한다며 놀러 갈게, 이렇게 전화가 오는 거예요.]

문제는 이런 신상 도용을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김경환/변호사 : 형사처벌되려면 범죄로 규정이 돼야 하는데요, 현행 법률상 신상도용 자체를 처벌하는 법률은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처럼 SNS로 타인을 사칭하면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한상우 기자 caca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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