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10명 중 7명, 자녀와 따로 산다

채지은 2015. 3. 3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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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가 일하고 주된 이유는 생활비

자살 생각한 노인 비율 10% 달해

독거노인 비율 20년 새 2배 증가

서울에 사는 이연숙(82ㆍ가명)씨는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 살고 있다. 이씨는 자신 명의로 된 주택에서 나오는 월세 소득이 있지만 생활비가 부족해 집 근처 의류공장에서 실밥 제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자녀들이 근처에 살지만 기대고 싶지는 않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혼자 지내며 일도 계속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3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7명은 이씨처럼 자녀와 동거하지 않고, 혼자 또는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10명 중 3명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노인은 80%에 달했다. 이 조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3~12월 전국 1만452명의 노인을 대상(면접 조사)으로 실시했다.

독거 노인 20년 전보다 2배 늘어

조사에 응한 노인의 67.5%는 노인부부가구(44.5%)나 독거가구(23%)로 자녀들과 떨어져 살고 있었다. 독거노인 비율은 1994년 13.6%, 2004년 20.6%에서 지난해 23%로 20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노인부부가구 역시 1994년 31.7%, 2004년 34.4%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은 28.4%로 20년 전 54.7%, 10년 전 38.6%에서 크게 줄었다.

'기혼자녀의 가사나 손주 양육 등을 돕기 위해서' (21.8%) '자녀의 경제적 능력부족'(16%) 때문에 자녀와 함께 산다는 노인 비율은 증가 추세였다. 반면 '자녀와 함께 사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노인은 15.6%에 불과했다. 2008년 43.4%, 2011년 28.4%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그만큼 동거 부담을 크게 느끼는 까닭이다.

주거비 등 벌기 위해 경제활동

노인들의 28.9%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 중 79.3%가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용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는 응답은 8.6%에 그쳐 대부분의 노인들이 생활비 걱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노인의 36.6%는 단순 노무직, 36.4%는 농림축산어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정경희 책임연구원은 "20년 전에는 노인들의 56.5%가 농림축산어업에 종사했고 단순 노무직은 20.5%에 불과했으나, 도시화로 노인들의 노동 구조도 크게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인들은 생활비 등으로 월평균 143만9,000원을 지출했다. 소비 중 가장 부담을 느끼는 항목으로는 40.5%가 주거관련 비용을 꼽았고, 보건의료비(23.1%), 식비(16.2%), 경조사비(15.2%) 순이었다.

생활비 마련 방법으로는 '본인과 국가가 준비해야 한다'(34.3%), '국가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18.6%)고 응답해 절반 이상의 노인이 '사회가 일정 부분 부양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학대 경험 9.9%…자살 생각도 10.9%

노인들은 10명 중 1명꼴로 학대를 경험하고, 자살을 생각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을 생각한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40.4%로 가장 컸으며, '건강문제'(24.4%), '외로움'(13.3%), '가족ㆍ친구와의 갈등 및 단절'(11.5%), '배우자 등 사망'(5.4%)의 순이었다. 노인 3분의 1가량이 우울증상이 있다고 답했는데, 연령이 높고 소득이 낮을수록, 여성일수록 그 비율이 높았다.

한편, 조사대상자의 78.3%가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65세 이상으로 돼 있는 노인복지정책 대상을 국민 인식에 맞게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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