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17사단장 '포옹', 격려 아닌 성추행으로 판단

김난영 2015. 3. 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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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소장 측 "대통령도 남자 병사들 포옹…격려 의미로 봐야"일각선 "피해자 시각서 판단해야" 지적도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고등군사법원 고등1부가 31일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전 17사단장 송모(56) 소장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대해 변호인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성추행으로 유죄 선고된 행위가 포옹 내지 뺨키스로 비교적 가벼운 신체접촉에 해당하고 성적 의도가 없었으며 피해자인 A하사의 명백한 거부표시도 없었다는 것이다.

송 소장 측은 이 사건 신체접촉을 격려 내지 위로의 의미로 주장한다. 이때문에 군대 내에서 이뤄지는 신체접촉을 어느 범위부터 성추행으로 규정할 것인지 여부가 이어질 상고심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도 남자 병사들 포옹…辯 "애정과 신뢰의 의미"

송 소장 측은 피해자인 A하사를 포옹한 행위를 격려와 위로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 소장 측 변호인은 "여성인 박근혜 대통령도 군부대를 방문할 때 남자 병사들을 포옹해주곤 한다"며 "이는 병사들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표현하는 행위지 성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은 해외 파병 병사들을 방문할 때 의례적으로 포옹과 함께 격려를 해왔다. 변호인은 "대통령의 포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아들이나 딸뻘인 병사들을 격려하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며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이들 포옹을 성추행이나 격려로 나눈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추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시각에서 사안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손정혜 공보이사는 이와 관련 "가해자의 행위가 성적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행동이었는지는 피해자의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선량한 의도가 있든 없든 스킨십이 성적 불쾌감을 일으켰다면 강제추행이 되는 게 명백하다"고 말했다.

◇뺨키스, 석별의 의미인가 추행인가

송 소장이 지난해 9월23일 피해 여군 A하사의 뺨에 입을 맞춘 점 역시 그 의미를 두고 변호인이 치열하게 다퉈 온 쟁점 중 하나다. 군검찰은 송 소장이 9월 중순과 23일, 같은 달 30일 A하사의 뺨에 입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지난해 9월23일 뺨키스가 있었던 점은 송 소장 측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송 소장 측은 당시 A하사의 뺨에 입을 맞춘 것을 두고 "석별의 의미에서 가볍게 뺨키스를 한 것"이라며 "(송 소장이) 협동작전 등을 통해 미군들과의 사교적인 문화를 많이 접해 위로와 관심의 표시로 가벼운 신체접촉을 하는 데 익숙했다"고 설명했다. 송 소장이 보직종료로 인해 A하사에게 마무리 면담을 한 후 작별인사의 의미로 뺨키스를 한 것은 추행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뺨에 키스를 하는 것은 한국적 문화에서 자연스러운 작별인사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평했다.

◇'즉시거부' 없었다…완력행사로 봐야 하나

포옹이나 뺨키스 등이 이뤄질 당시 A하사가 송 소장에게 즉시 거부의사를 표현하거나 밀어내지 않은 점과 관련해 '강제성'이 있었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송 소장 측 변호인은 "송 소장이 최초로 포옹했을 당시 어깨 부위 전체를 팔로 감싼 것이 아니라 두 손만 어깨 근처에 위치했다"며 "이는 꼼짝 못할 정도의 유형력이 아니었고 A하사의 두 손도 모두 자유로웠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A하사의 격투기 선수 경력 시절과 남자 못지않은 체력 등을 고려하면 본인의 의사만 있었다면 (포옹 상황으로부터) 충분히 구호가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A하사가 송 소장 집무실을 떠날 때 예외없이 경례와 경례 구호까지 정상적으로 했다는 점 등에 이뤄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의사표시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는 그러나 "상명하복을 해야 하는 군대라는 조직에서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대꾸를 하는 것은 금기시된다"며 "그 즉시 반항이나 불쾌감을 표시하는 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이어 "즉시 반항이 없었다는 건 강제력이 없었거나 합의된 상황이었다고 보기보다는 권력구조 하에서 취약한 여성 하사라는 지위 때문에 발생한 상황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軍 성추행' 피해자 진술 얼마나 인정해야?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대 내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 소장 측은 피해자인 A하사가 성추행이 이뤄진 일부 날짜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유로 A하사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또 군대 내 성추행 사건에서 쉽게 피해자 진술만 믿고 성추행 범죄를 인정할 경우 군대 사기 하락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송 소장 측 변호인은 "성추행 등 성군기 위반사건에 대해 엄단할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피해자의 일방적 진술에 치우쳐 쉽게 유죄를 인정할 경우 지휘관의 세심한 부하관리 등 업무가 위축될 우려가 있고 이는 전투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군대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해서 일반 성추행 사건과 달리 봐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많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전투력 향상을 위해 부당한 것을 참으라고 강요하고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관심사병이 되는 게 군대에서 일어나는 가장 흔한 인권문제"라며 "성폭력을 성군기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군대가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변호사 역시 "피해자의 증언이 일관적·구체적이고 허위진술을 할 동기가 없다면 증거로서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 일반 재판에서의 증거판단 방법"이라며 "이를 '군대 안에서 벌어진 범죄'라고 해서 증거가치로서 달리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소장 측 변호인은 "오히려 민간재판이었다면 무죄가 나왔을 사안으로 보인다"며 "대법원에 가서 다퉈보겠다"고 말했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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